시름을 잊는 곳,망우리(忘憂里)의 유래에 대한 설은 분분하다. 태조 이성계가 지금의 동구릉 안 건원릉 자리에 자신의 능터를 정하고 돌아오다 이곳에서 "이제 시름을 잊겠다(於斯吾憂忘矣)"고 한데서 유래됐다고도 하고,태종이 아버지를 함경도가 아닌 한양 근교인 건원릉에 모신 다음 한시름 놓았다고 한데서 생겨났다고도 한다. 이곳에 공동묘지가 생긴 것은 1933년.1912년 '묘지·화장장·매장 및 화장취체규칙'을 제정,공동묘지를 만들기 시작한 일제가 기존의 미아리 수철리(금호동) 신사리(은평구)로 부족하자 이곳을 지정한 데서 비롯됐다. 최창조씨에 따르면 일제가 조선왕조의 맥을 끊고자 역대 임금의 능이 모인 동구릉 발치를 골랐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긴 곳에 만해 한용운,소파 방정환,시인 박인환,화가 이중섭,작가 최학송,우두를 배워 전파한 지석영,정치가 조봉암 등 알려진 이들은 물론 이름없이 스러진 수많은 이들이 잠들었다. 그러나 서울사람은 죽어 망우리에 간다던 것도 옛말,묘지가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73년 봄부터 더이상 묻힐 수 없게 됐다. 바로 이곳에 서울 동북부 '문화·관광·레저벨트'가 추진된다는 소식이다. 중랑구가 용마산 일대의 자연공원과 망우묘지공원을 연계시켜 휴식과 레저 운동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개발한다고 나섰다는 것이다. 지하철 7호선 용마산역에서 가까운 용마폭포공원 근처에 온천을 개발하고 망우묘지 옆에 조성될 소풍공원과 합쳐 종합레저타운으로 만들고자 한다는 얘기다. 망우동 하면 공동묘지를 떠올리는 사람들의 이미지를 바꾸고 지역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자치구의 의도는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묘지 이장의 어려움 등을 감안할 때 망우묘지 일대의 레저타운화는 간단한 일은 아닐 듯하다. 문제는 묘지에 대한 일반의 인식일 것이다. 유달리 산 자와 죽은 자를 분리하는 우리 정서가 묘지를 두려운 곳으로 만들지만 실제 묘지는 죽은 자가 아닌 산 자를 위한 것이라고 한다. 종합 레저타운에 포함시키든,공원으로 바꾸든 망우묘지가 지닌 역사성이나 연고 여부에 상관없이 그곳을 찾아 시름을 잊고 위안을 얻는 이들의 마음도 헤아릴 수 있었으면 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