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9.11 테러 발생 3주기를 맞아 뉴욕시 맨해튼의 세계무역센터(WTC) 터 등 미국 전역에서 희생자들에 대한 추도식이 거행됐다. 11일 오전(현지시간) WTC 붕괴현장인 `그라운드 제로'에서 열린 추도식은 WTC쌍둥이 빌딩이 피랍 여객기에 부딪힌 시간과 두 건물이 붕괴한 시간에 맞춘 4차례의묵념과 부모들의 희생자 명단 호명, 유족들의 헌화 등으로 진행됐다. 희생자 자녀들이 숨진 부모의 이름을 불렀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부모들이나와 테러로 희생된 자신들의 아들, 딸을 포함해 희생자 2천749명을 호명하면서 "사랑한다"거나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는 등 간단한 추모의 말을 남겼다. 조지 파타키 뉴욕주 지사와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 루돌프 줄리아니 전(前)뉴욕 시장 등도 희생자 명단 호명에 참여했다. 파타키 주지사는 "우리는 잊지 않을 것이며 9.11은 결코 많은날 가운데 하나의 날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 시장은 "부모를 잃은 아이는 `고아'라 불리고 남편을 잃은 여자는 `미망인'으로 불리지만 자식을 잃은 부모를 따로 부르는 말이 없는 것은 그 슬픔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라면서 희생자의 부모들을 위로했다. 두시간 넘게 희생자들의 명단이 낭독되는동안 다른 유가족들은 7층 깊이의 `그라운드 제로' 바닥으로 내려가 쌍둥이 빌딩을 상징하는 두개의 인조 연못에 헌화하면서 고인들의 명복을 빌었다. `그라운드 제로' 이외에 조지 부시 대통령 내외가 참석한 가운데 백악관에서도추모의 묵념 행사가 열렸고 워싱턴 교외 알링턴 국립묘지에서는 국방부 청사 테러사건으로 숨진 희생자들을 위한 추도식이 개최됐다. 럼즈펠드 장관은 "용감하고 결의에 찬 국가와, 심대한 상실에도 불구하고 다시일어난 사람들, 임무 완료 이후까지도 지속될 대의명분에 바치는 결의로 이들은 영원히 살아있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생중계로 방영된 TV 연설을 통해 "우리 국민에 대해 살해 음모를 꾸민 테러리스트들이 붙잡혀 처단될 때까지 우리는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테러와의 전쟁 결의를 다졌다. 민주당의 존 케리 대선 후보도 보스턴에서 열린 추도행사에 참석해 "9.11에 우리와 가족들이 여읜 사람들을 위한 기도에서 우리는 하나이며 나라를 지키고 테러범들을 찾아내 처단한다는 굽힐 수 없는 의지에서도 우리는 하나"라고 강조했다. 승객, 승무원들의 완강한 저항 과정에서 피랍 여객기가 추락한 펜셀베이니아의섕크스빌에서도 당시 희생자 유가족들과 톰 리지 국토안보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추도 행사가 열렸다. 각 추도 행사장의 참여인파는 앞서 두차례의 추도식에 비해 현저하게 줄었고 오열하거나 격한 슬픔의 감정을 드러내는 유족의 모습도 많이 눈에 띄지 않았다. 또 주말의 스포츠 경기나 공적, 사적인 행사들도 평상시와 다름없이 진행돼 3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전국민이 9.11 테러의 아픔에서 벗어나 일상을 되찾았음을 반영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