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스민 고졸한 선인의 풍취에 숨이 멎는 곳.'


백두대간의 정기가 흘러 내린 소백산 아래 고을 경상북도 영주에는 옛 선비들의 얼이 깃든 소수서원과 의상대사의 전설이 어린 부석사가 있다.


소수서원(紹修書院)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학이자 임금이 이름을 내린 첫 서원이다.


소수서원의 역사는 1543년 풍기군수였던 주세붕이 회헌 안향선생의 사당을 지으면서 시작됐다.


당시 이름은 백운동서원.이후 퇴계 이황이 풍기군수로 부임하자 명종은 친히 소수서원이란 현판을 써 하사했다.


'침체한 유학을 다시 닦도록 한다'는 의미다.그래서인지 퇴계선생은 이곳에서 자신의 제자 대부분을 배출했다.


소수서원은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마음을 가라앉혀 준다.


아름드리 소나무들과 5백년 된 은행나무,통일신라시대 때부터 있었다고 전해지는 숙주사의 당간지주,물 맑은 죽계천 등이 어우러져 고즈넉한 풍경을 이룬다.


서원 안으로 들어서면 선비들이 학문을 정진했던 명륜당을 중심으로 학구재 지락재 등 건물이 자리잡고 있다.


건축물들은 자유로우면서도 잘 정돈된 통일성을 갖는다.


최근 소수서원 옆에 선비정신을 재현한 새로운 명소가 등장했다.


선비촌이다.


1만8천평의 대지에 1백60억원을 들여 영주 일대의 고가옥을 그대로 재현한 선비촌에는 상류층 가옥 4채,중류층 3채,서민층 5채와 함께 정자,강학당 등 모두 19채의 건물이 들어서 있다.


내부에는 모두 34억원을 들여 1천만원짜리 자개장 등 조상들이 쓰던 물품들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바로 옆에는 1만여점의 유물을 보유한 소수박물관도 선비촌과 동시에 개장,영주지방의 유교 전통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도록 했다.


선비촌에선 숙박체험이 가능하다.


옛 정취 그윽한 방을 1박에 2만∼5만원에 빌려준다.


소수서원을 나서 잠시 길을 달리면 현존 최고의 목조건물로 여겨지는 무량수전(국보 18호)을 보유한 부석사에 다다른다.


부석사는 나지막한 봉황산 자락에 있다.


부석사는 호국사찰로 건립됐다.


그래서 무량수전에 자리하고 있는 소조여래좌상의 시선은 경주를 지나 나라를 지키는 용이 사는 것으로 여겨지던 동해를 바라보고 있다.


고려시대 것으로 국보 45호다.


이밖에 부석사에는 보물 2백55호인 통일신라시대의 당간지주와 국보 17호인 석등도 있다.


소수서원 순흥문화유적지 관리사무소 (054)634-3310,선비촌 (054)634-3325.


영주=글·사진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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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수첩>


영동고속도로 만종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가면 서울에서 3시간 안에 영주에 도착할 수 있다.


소수서원은 중앙고속도로 풍기IC에서 나와 931번 지방도를 이용,부석 방향으로 간다.


부석사는 소수서원에서 10여km 떨어진 곳에 있다.


고속버스는 동서울터미널에서 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우등고속 요금은 1만2천9백원.


소백산 한우고기가 영주의 대표적 특산물이다.


소백산 자락에서 방목하여 키운 소백산 한우는 육질이 부드러워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풍기역 인근의 서부냉면(054-636-2457)은 40년 전통의 평양식 메밀냉면으로 유명하다.


메밀을 직접 맷돌에 갈아 면발을 뽑아 맛이 부드럽다.


냉면 5천원,한우갈비살 1인분 1만5천원.풍기IC 인근에 소백산풍기온천(054-639-6911)이 있다.


지하 8백m에서 끌어 올린 유황온천수를 사용하며 인삼사우나실 등을 갖추고 있다.


입장료 성인 4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