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현 감독의 데뷔작 '슈퍼스타 감사용'은 영웅을 모델로 삼은 일반 스포츠영화들과는 다르다.


투수 감사용(이범수)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한다.


첫 승은 엔딩 자막으로 처리될 뿐이다.


때문에 흥분이나 극적인 드라마는 없다.


그러나 1980년대 초반 우리가 살아왔던 시대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 작은 웃음과 잔잔한 감동을 준다.


주인공은 통산 1승 15패 1세이브로 '패전처리 전문투수'란 딱지가 붙었던 실존 인물인 삼미 슈퍼스타즈팀의 감사용.비록 우승팀의 제물이 되곤 했지만 첫 승을 향해 중단 없이 전진하는 그는 바로 '열심히 일한 당신'이다.


이 영화는 일관되게 감사용의 끈질긴 분투에 방향이 맞춰져 있다.


무려 40분간이나 전개된 OB베어스 박철순 투수(공유)와 감사용 투수가 맞대결하는 절정부가 대표적이다.


스탠드를 메운 5만 관중은 20연승 대기록에 도전하는 박철순 투수와 OB베어스팀을 일방적으로 응원할 뿐 감사용의 첫 승에는 관심이 없다.


그러나 카메라는 철저히 감사용과 삼미팀 쪽에 있다.


감정이 실려 있는 슬로모션 장면도 삼미팀 선수들에 국한돼 있다.


삼미팀의 금광옥(이혁재)이 때린 홈런 볼은 야구영화 사상 가장 오랜 시간에 걸쳐 날아간다.


땀으로 흠뻑 젖은 감사용이 던지는 마지막 한 구도 느린 동작으로 전개된다.


다음 순간 볼은 야구장 밖에 있던 감사용의 연인 앞으로 굴러간다.


OB베어스의 김우열 타자가 역전만루 홈런을 때리는 장면은 의도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박철순 투수의 대사는 단 한 마디뿐이다.


'영웅' 박철순은 '범인(凡人)' 감사용의 눈에 비친 모습으로만 등장하는 것이다.


두 사람의 세 차례 만남은 영웅이 범인을 인정하는 과정이다.


박철순은 처음에는 감사용의 존재를 몰랐다가 그의 존재를 의식하게 되고 나중에는 그의 능력에 경의를 표한다.


그것이야말로 평범한 사람들이 갖는 삶의 보람이다.


패배와 좌절의 고통이 가족애와 동료애로 보듬어질 때 '그래도 인생은 살아볼 만한 것'이 아닐까.


다만 박철순을 향한 부러움과 함께 질투와 시기심도 포착했더라면 감사용이 흘린 눈물에 대한 관객들의 공감의 폭과 깊이가 더 컸을 것이다.


17일 개봉,전체.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