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이동제 때문일까. KTF 고객이 번호를 바꾸지 않고도 SK텔레콤으로 옮길 수 있게 된 지난 7월부터 양사의 단말기 가격정책이 뒤바뀌고 있다. 고가정책을 펴온 SK텔레콤은 주로 30만∼40만원대 중저가 단말기를 선보이는 반면 KTF는 50만원 이상의 고가 단말기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 7,8월 두달동안 SK텔레콤과 KTF는 각각 14종과 7종의 단말기를 시장에 내놓았다. 이 가운데 SK텔레콤 모델은 20만원대 바(bar) 타입(LG―SD860) 1종과 30만원대 3종,40만원대 4종 등 절반 이상이 중저가품이었다. 특히 중견 휴대폰업체 VK가 공급한 30만원 초반대 메가픽셀 카메라폰(VK-200C)은 5만대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SK텔레콤용 모델 중엔 프리미엄폰의 대명사인 삼성전자의 고가 제품이 지난 두달동안 3개밖에 없었다는 점도 휴대폰 평균단가를 끌어내린 요인이다. 이에 반해 지난 두달동안 KTF가 내놓은 7개 모델 중 5개는 50만원 이상의 고가품이었다. 여기에는 70만∼80만원대를 호가하는 3백만화소대 카메라폰 3개 모델이 포함됐다. SK텔레콤이 중저가 모델을 많이 내놓은 것은 번호이동제를 이용해 KTF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KTF는 고객을 경쟁사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눈길을 끌만한 첨단 제품을 내놓는 데 주력해 왔다. KTF 관계자는 "이달 중 선보일 12개 모델도 대부분 중고가 제품"이라며 "SK텔레콤이 영업정지를 당한 틈을 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다기능 휴대폰을 많이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