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 컨테이너시장을 놓고 외국계 부두운영회사(싱가포르항만공사.PSA)와 국내사(한진,대한통운)들이 격돌하고 있다. 국내사측은 "PSA가 국제선사를 신규 유치하겠다던 당초 사업계획을 지키지 않고 국내 화물시장만 잠식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는 반면 PSA는 "고객사들이 시장 경쟁 원리에 따라 시설과 여건이 좋은 항만으로 몰려들 뿐"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13일 인천해양수산청과 인천항만업계에 따르면 PSA가 지난 7월2일 인천컨테이너터미널(이하 ICT)을 개장한 이후 한진과 대한통운이 운영하는 인천항 4부두를 이용해오던 15개 국내외 선박회사(선사) 가운데 5개 국내외 선사들이 ICT로 옮겨갔다. 이로 인해 한진과 대한통운의 기존 컨테이너 취급물량이 절반가량 줄어들었다. 인천항 4부두에는 현대상선 등 국내외 15개 정기 외항선사 소속 컨테이너 선박들이 연간 약 50만TEU(20피트 컨테이너 기준)의 컨테이너를 처리해왔다. 한진과 대한통운 관계자는 "ICT 개장 후 두 달 만에 기존 4부두 거래선사인 완아이해운(대만 국적)과 현대상선,동남아해운 등 대형 5개 선사가 ICT로 옮아가는 바람에 올해 약 25만TEU의 컨테이너 물량을 잃게 됐다"며 "ICT는 개장 두 달 만에 벌써 연간 처리계획(30만TEU)의 80% 정도를 확보하는 등 인천항 컨테이너 시장을 급속하게 잠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4만t급 선박용 1개 선석을 운영하고 있는 ICT는 내년에 1개 선석을 추가하고 2009년까지 모두 3개 선석을 건설,모두 연간 90만TEU의 컨테이너를 처리할 계획이어서 한진 및 대한통운 등 국내 경쟁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한진과 대한통운측은 "PSA는 외국인 투자허가를 받을 때 해외시장에서 새 선사를 끌어들인다는 계획을 내세웠다"면서 "국내 시장만 계속 파고드는 것은 당초 외자유치 목적에 어긋난다"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인천해양수산청측은 "ICT가 기존 화물시장을 잠식한다고 해서 제재할 제도적 근거는 없다"며 "ICT가 신규 국제선사 확보를 위해 나름대로 뛰고 있다고 하므로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부로부터 위탁받아 인천 4부두를 운영 중인 한진과 대한통운은 "ICT의 항만비용이 인천 4부두보다 30%가량 저렴하기 때문에 경쟁이 안된다"면서 "정부가 인천항의 항만 관련 비용을 낮춰줘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천해양청은 "인천항이 갑문 이용에 따라 도선(뱃길 안내)과 예선(부두접안 유도)작업 비용 등이 ICT보다 많이 들긴 하지만 부산항 등 국내 항만과 똑같이 책정돼 있어 임의로 낮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천 하역업체들은 "PSA가 계속 국내 시장만 파고든다면 기존 인천항의 하역물류 업계는 도태될 것"이라며 "앞으로 ICT의 해외시장 개척 여부를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ICT와 인천 4부두에 용역을 제공하는 인천항운노조도 "PSA가 새 일감을 많이 가져오는 것을 전제로 ICT의 초기 하역노임을 4부두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췄는데 국내 시장만 잠식하는 것은 약속 위반"이라면서 "계속 기존 화물만 빼갈 경우 노임계약을 백지화하겠다"고 밝혔다. 인천=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