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패트롤] 민자역사 '투기판' 변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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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청이 시행하는 일부 민자(民資)역사 개발사업이 파행으로 치달으면서 투기판으로 변질되고 있다.
민자역사 사업권에 웃돈이 붙어 거래되는가 하면 상가 입점권이 선(先)분양(가청약)되면서 되면서 투기판이 형성되고 있다.
심지어 민자역사 사업주관권도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상가를 선분양받은 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선분양으로 투기판 변질
창동민자역사의 경우 지난해 여름 사업주관자인 서초엔터프라이즈가 공개분양 전에 브로커들로부터 계약금 2백만원 정도를 받고 입점권의 가청약을 받았다.
물건을 확보한 브로커들은 프리미엄(웃돈)을 받고 입점권을 일반 투자자들에게 매각했다.
입점권이 돌고 도는 과정에서 프리미엄은 5백만∼2천만원까지 높게 형성됐다.
철도청이 시행하는 민자역사가 일반상가 분양과 마찬가지로 공개분양 전에 브로커들에게 매각돼 투기판으로 변질된 것이다.
왕십리민자역사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졌다.
일반분양을 한 달가량 앞둔 지난 5월 중순 분양대행사측이 1백9명의 투자자와 입점의향서를 사전체결했다.
문제는 사업주관자가 변경되면서 선분양받은 투자자들이 자신의 입점권과 지불한 프리미엄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난달 16일 실질적인 사업주체가 사보이그룹에서 디엔케이로 넘어간 창동민자역사의 경우 디엔케이가 선분양자들의 분양조건을 인정하지 않기로 하는 바람에 사보이그룹과 투자자들이 마찰을 빚었다.
디엔케이측은 분양가 등 기존의 분양 조건을 그대로 인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수십명의 투자자들은 지난달 30일 사보이 본사로 몰려가 대대적인 시위를 벌였다.
왕십리민자역사의 경우 분양대행사측이 공개분양 직전인 지난 6월14일 분양가를 일방적으로 올려 선분양자들과 법적공방 직전 상황까지 가기도 했다.
◆주관권도 편법으로 거래
창동민자역사의 사업주관자는 벌써 세 번이나 바뀌었다.
사업주관권을 가지고 있는 서초엔터프라이즈의 대주주가 지난 2003년 6월 개인주주에서 사보이그룹으로 변경된데 이어 지난달 16일에는 사보이그룹에서 디엔케이로 넘어갔다.
이같은 거래과정에서 상당한 프리미엄이 오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또 노량진민자역사의 경우도 사업주관권을 갖고 있는 J사가 최근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것으로 알려져 사업주관권이 이동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민자역사 사업이 투기판으로 변질되고 있는 데도 사업시행을 총괄하는 철도청은 속수무책이라는 입장이다.
철도청 관계자는 "사업주관권을 가진 회사의 간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주식매각 등을 통한 편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사업주관권이나 선분양을 막을 장치가 없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