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전산자료에는 납세자 가정의 숟가락 숫자까지 기록돼 있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도 그에 못지 않아요. 고객들의 가전제품 구매 및 AS 현황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으니까요." (LG전자 CRM담당자) LG전자가 2년여에 걸친 '신개념 CRM 시스템' 개발 및 구축을 끝내고 11월부터 본격적인 CRM 마케팅에 들어간다. CRM 시스템에 축적돼 있는 고객관련 자료를 활용해 고차원의 타깃마케팅을 펼친다는 것. 예컨대 ◇홍길동 고객(45·남·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 XX아파트 45평형 거주) △TV 교체시기 임박,9월 중 전화걸 것 △50인치 PDP TV 추천(97년 당시 29인치 최고급 모델을 산 고객 임) △DVD플레이어까지 패키지 할인가로 제안할 것(경쟁사 VCR 보유·DVD플레이어까지 교체할 가능성 높음) △최근 두 차례 에어컨 AS 받음,교체 가능성 타진할 것 등이다. 이 같은 고객정보를 바탕으로 LG전자의 1천여개 대리점들은 고객들에게 전화와 우편물을 이용해 마케팅을 펼치게 된다. 현장 테스트까지 거쳐 이번에 개발된 CRM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풍부한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을 △하이 프리미엄 그룹 △디지털가전중시 그룹 △기본중시 그룹 등 9개로 나눈 뒤 그룹별로 마케팅을 차별화한 것. 지금까지는 TV 교체주기가 7년이란 점에 착안,지난 97년에 TV를 산 고객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우편물을 보냈었다. 이제는 통상적인 가전제품 교체주기에 개의치 않고 고객별 특성에 따라 그에 걸맞은 제품을 추천하기로 했다. LG전자는 이를 위해 고객의 전화번호와 주소 등을 점검,가족단위로 묶은 뒤 이들의 직업과 주소지의 공시지가를 조사해 대략적인 소득수준까지 파악했다. 전문직 종사자는 물론 교회 전도사나 아파트 부녀회장 등 주변에 '입소문'을 낼 수 있는 고객은 '중점관리고객'으로 따로 관리할 정도다. 그 동안 고객이 LG전자의 어떤 제품을 샀는지,어떤 불만을 제기했는지,어떤 AS를 받았는지 등에 대한 정보도 CRM시스템에 체계적으로 축적된다. 심지어 경쟁사 제품 보유 내역도 파악된다. LG전자 직원들이 가전제품 설치 또는 AS를 위해 고객 가정을 방문할 때 경쟁사 제품 보유 현황을 파악,현장에서 휴대용단말기(PDA)를 이용해 CRM시스템에 올리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양한 정보들이 CRM 시스템에서 종합되기 때문에 대리점들은 고객 이름만 컴퓨터에 입력하면 해당 고객에 대한 △추천 제품 및 모델 △추천 우선 순위 △추천 시기 △판촉 방법 등을 파악할 수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신개념 CRM시스템을 통해 현재 1% 수준인 타깃 마케팅 성공률을 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그 동안 무차별적으로 마케팅활동을 할 때에 비해 줄어드는 비용 만큼을 이들 타깃 고객에게 사은품 등의 형태로 되돌려줄 방침"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