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내년에 가장 우려되는 경제 이슈로 '국가보안법 철폐 등 경제외적 불안정의 확대'를 꼽은 것은 요즈음의 경영환경을 다시 한번 생각케 한다. 지난 11일 한국CEO포럼 연례회의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는 우리나라 CEO들이 기업 외적 환경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현실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 특히 CEO들은 정치 쟁점을 둘러싼 국론분열이라든지 정책의 불확실성에 대해 크게 우려했다. 한마디로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말이다. 같은 날 세계경영연구원이 국내외 경제학자 1백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정치적 방향성 불안이 우리나라 경제를 위협하는 최대 요소로 지적된 것을 보면 더욱 공감이 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정부가 이런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과 대응 방법에 대해 88%가 넘는 CEO들이 너무 낙관적이며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고 응답한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CEO들이 내년 성장률은 3%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한 것도 비관적이라고만 하기 어렵다. 이날 CEO 포럼에 참석한 이헌재 부총리는 기업가 정신의 부족을 지적했지만 문제는 오히려 정부 쪽에 있다는 생각이다. 기업가 정신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에서 더 잘 발휘될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각국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강조하는 것도 그 때문 아닌가.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어제 삼성경제연구소가 주최한 '경제 재도약을 위한 긴급 제언'에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5%대에서 4%로 하락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렇게 되면 국민소득 1만달러 덫에서 더 오래 정체할 수밖에 없을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기업들의 투자를 살리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기업들이 경제문제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경제외적 불안정부터 서둘러 해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