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정무위 심의가 본격화되면서 찬반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경제 4단체는 지난 주말 이와 관련한 공개토론회를 제안했으나 다수당인 열린우리당은 이를 거부했다고 한다. 경제회생을 좌우할 중대사안인 만큼 옳고 그름을 신중히 따져도 모자랄 판에 시의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고,더구나 단독처리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없다. 공정거래법은 여야가 대립양상을 보이는 친일진상규명법이나 국가보안법 등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당파적 이해가 있을수 있는 두 법안과는 달리 공정거래법은 시장경제의 기본질서를 규율하는 법인데다 여야가 경제살리기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사안이다. 정부안대로 규제 위주의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기업활력 저해는 물론 시장경제질서를 파괴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러고도 기업들에 경제살리기에 앞장서 달라고 주문하는 것은 이치에도 맞지 않는다. 현실적으로도 출자총액제한은 가뜩이나 위축된 기업투자를 더욱 움츠리게 만들 것이 뻔하다. 실제 전경련은 토론회가 무산되자 13일 "각종 예외조항 때문에 출자총액제도가 기업투자의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정부 주장에 대해 삼성 현대차 등 12개 그룹이 규제대상에 포함되고, 까다로운 조건도 많아 신사업 투자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라고 반박했다. 정부가 그렇지 않다고 강조할 일만은 아닌 듯 싶다. 더구나 이번 개정안에 포함된 금융사 의결권 축소방안도 주요 상장회사 지분의 절반 이상을 외국인이 갖고 있는 현실에서 기업의 경영권불안을 가중시킬 우려가 크다. 계좌추적권 부활도 기업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개혁'대상이 아니다. 공정거래법을 개혁 수단으로 사용하면 그만큼 시장의 왜곡만 불러오게 된다. 장려해야 할 투자를 법으로 규제하는 나라는 지구상에 우리밖에 없다는 사실을 정부 여당이 잘 인식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