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한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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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가 할 수 없는 것 세 가지는? '뇌'의 작가 베르베르에 따르면 웃음과 눈물,그리고 요리라고 한다.
어느 나라에나 주된 먹거리 외에 의례음식 내지 기호식품이 있는데 우리의 경우 떡과 한과가 그 것이다.
떡은 일본의 모찌와 다르고,한과 또한 중국의 병과와 확실하게 구분되는 우리만의 전통 먹거리다.
게다가 종류 또한 가지가지다.
한과의 경우 약과로 대표되는 유밀과,찹쌀가루를 술로 반죽해 말려 튀긴 강정(유과와 산자),송화 깨가루에 꿀이나 조청을 넣어 만드는 다식,밤 대추를 다져 꿀로 빚는 실과,땅콩 깨를 중탕해 조청에 버무리는 엿강정,익힌 과일을 꿀이나 조청에 달이는 정과 등 알려진 것만 20여가지에 이른다.
어느 것이든 예전엔 명절 등 특별한 날이 아니면 맛보기 어려웠다.
한번 만들자면 손이 많이 가는데다 재료 또한 찹쌀과 꿀 조청 기름 등 귀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고려 명종 때엔 민간의 약과 사용을 금했고,조선조 '대전통편(大典通編)'에도 백성의 집 혼인이나 초상에 약과를 쓰면 곤장 80대를 맞는다고 돼 있다.
그래도 이름(藥菓)처럼 몸에 좋은 것으로 여겨진 약과는 물론 강정과 다식 역시 제사와 잔치의 필수음식으로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
찹쌀가루와 밀가루는 곱게 체치고,겨울에 강정을 내놓자면 해질 무렵 반죽했다 5경(오전 3∼5시)부터 날이 밝도록 찐다는 기록도 있다.
요사이 한과를 직접 만드는 가정은 거의 없다.
추석이나 설 등 명절 때면 영농조합은 물론 크고 작은 공장에서 만든 선물세트가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대나무 바구니나 자개함에 넣은 화려한 것이 있는가 하면 오미자 녹차 키토산 인삼 등을 첨가한 기능성 한과도 있다.
한과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건 80년대 말.90년대 초부터 연평균 10%씩 성장,2001년에 이미 시장규모가 2천억원을 넘었다고 했을 정도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만든 탓인지,계절상품이어서인지 개중엔 전통적인 맛과 거리가 먼 것도 있다.
윗줄만 그럴 듯하고 아래는 적당히 채운 제품도 있다.
영세업체가 많은데다 중국산까지 겹쳐 그렇다지만 가뜩이나 아이들에겐 인기가 없는 게 한과다.
지금부터라도 철저한 품질관리와 양심적인 포장이 이뤄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