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1000 시대 열자] 제2부 : 박현주와 왕개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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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서 '왕개미'라는 단어를 가장 먼저 쓴 사람은 미래에셋증권의 박현주 회장으로 알려져 있다.
왕개미 얘기는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타가 공인하는 증권 박사인 박 회장이 한 개인 고객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논리 정연한 항의성 전화에 대꾸 한마디 할 수 없었다.
30여분간 훈계성 질타만 들었다는 것.이 때부터 박 회장은 개인투자자(개미) 중에서도 이론적 틀을 갖춘 현명한 투자자를 '왕개미'라고 부른다.
최근 들어 왕개미의 의미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지분 5% 이상을 매집,겉으로 경영권 참여를 내비치면서 주가를 띄우는 이른바 '슈퍼개미'와 대립적인 개념에서다.
슈퍼개미들은 모멘텀이 부족한 증시에서 단타족들의 관심을 끌어 시세차익을 노리는 데 급급하다.
증시를 파행으로 내모는 주범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을 제대로 알고 긴 안목에서 투자하는 '왕개미'들의 출현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몇 해 전부터 대학가를 중심으로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한 주식투자 동아리는 전국적으로 50개를 웃돈다.
예비 '왕개미'들은 투자 이론을 배우는 건 물론 직접 기업분석을 시도하기도 한다.
실전주식투자 대회에 참가하는 것도 기본이다.
고려대 가치투자연구회가 대표적이다.
일주일에 한 번은 반드시 얼굴을 맞대고 기업분석이나 세미나를 갖는다.
주식 운영팀(?)의 경우 매일 모인다.
이 동아리의 이재완 회장(24)은 "주식 관련 공부와 함께 우량주 장기투자도 병행하고 있다"며 "앞으로 회사도 설립해 제도권에서 인정받고 싶다"고 밝혔다.
VIP투자자문은 서울대 투자연구회에서 출발,증권가에 뿌리를 내린 경우다.
최준철 대표(29)는 "대학 때 기업을 분석하고 연구한 게 지금도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대학생 동아리 같은 '왕개미'들은 체계적인 공부를 바탕으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에 나서 시장의 부침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장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위상을 키워가고 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