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과학행정개편 시행착오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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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갑 < 한국과학재단 이사장 >
지난 1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중 개정 법률안과 과학기술기본법 개정법률안이 의결됨에 따라 새로운 과학기술 행정체제가 갖춰졌다.
이로써 과학기술부 장관은 부총리로 격상되고,국가과학기술위원회 부위원장을 겸하게 됐다.
또 과학기술연구회와 산하 19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국과위 및 과기부 산하기관으로 재편되면서 본격적으로 과학기술혁신시스템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한 정부는 국가연구개발 예산의 25%를 기초연구에 투자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기대가 자못 크다.
우리는 이제까지 말로는 국가과학기술정책이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과학기술 관련 부처들이 다원화된 기술개발정책을 내놓고 각자 추진해 왔다.
물론 부처마다 필요한 기술개발정책이 있을 수 있고 또 있어야만 한다.
그러나 기술의 기초가 과학이듯이,국가 전체로서 종합된 기술정책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뒷받침할 과학정책이 있어야 한다.
이는 기술개발정책이 제대로 추진되려면 장기적 안목에 바탕을 둔 과학정책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에 개편된 과학기술 행정체제의 출범으로 새로운 혁신체제 아래에서 '제대로 된 과학기술정책'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국가경제와 기술경쟁력의 핵심이 바로 과학이며,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주는 원동력은 바로 대학의 기초연구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은 연구중심대학을 기반으로 지식기반산업의 발전과 경제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DOD)와 국립과학재단(NSF)의 기초연구 지원에 기반을 둔 인터넷 경제는 연간 1백74.5%의 성장률에 3천억달러 이상의 소득과 1백만명 규모의 고용효과를 창출했다.
기초연구의 진보 덕분에 성공한 생명공학과 첨단기술산업의 경제적 성과만 보아도 기초연구 투자의 엄청난 혜택을 알 수 있고,오늘의 기초연구에 대한 자금지원은 미래 국가 경제력의 주요 결정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과학기술은 국가경제의 핵심적인 동인으로 특히 기초과학연구는 민간에서는 투자하기 어려운 공공재로서 불가피한 국가의 장기적 임무로 여겨지고 있다.
미국 경제개발위원회(Committee for Economic Development)의 '미국의 기초연구'라는 보고서에 의하면 근본적인 과학과 공학의 발전이 기초연구로부터 나와 기술변화와 혁신을 위한 강한 경제적인 자극제와 결합해 미국인들이 누리고 있는 경제적인 번영과 사회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또한 21세기의 의학,환경,사회 및 군사적 도전은 건실하고 생산적인 기초연구시스템으로써만 도출될 수 있는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초연구는 연구와 교육의 연계를 통해 미래사회를 이끌어갈 창의적인 고급 과학기술 인력을 양성하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으며,대학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장기적 기초연구의 수행을 통해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자를 양성하는 핵심요소로서의 기능이 있다.
따라서 오늘날 대학원생들과 박사후 과정 연구자들은 기초과학 연구사업의 핵심요체가 되고 있다.
이번에 과학기술부 개편방안에 따른 일부 기초과학 연구사업의 이관으로 대학사회와 과학기술계에서 기초연구 기반이 위축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30여년간 기초연구지원 기관으로서 한국과학재단이 국내외에 쌓아온 기초과학 연구기반과 정체성이 흔들려서는 안된다.
한번 흔들린 연구지원 인프라를 재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과 복구기간은 차치하고서라도 그로 인해 겪게 될 시행착오는 전반적인 과학기술 경쟁력의 퇴보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기초연구는 연구자가 창의적인 사고와 연구의욕을 기반으로 진리를 탐구하는 활동이지만 그 결과는 국민 모두의 지적 자산이 되고,인류의 삶에 기여하는 동시에 산업기술 발전의 모태가 된다.
따라서 미래 국가 경쟁력은 기초연구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고,그 기반 조성은 중대한 국가적 임무 중 하나라는 공감대가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