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고수들의 '골프이야기'] "쇠파이프로 타이어치며 거리 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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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인호 모드멘 사장 >
휴대폰 연구개발 전문회사인 (주)모드멘의 유인호 사장(48)은 정상이 아닌 몸으로 '골프 고수'가 됐다.
산악자전거를 즐겨타던 유 사장은 지난 97년 5월 산악자전거 행사 참가를 위해 전북 무주로 가다가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회사동료 네 명이서 한 차로 가다가 한 명이 사망하고 세 명은 중상을 입었다.
유 사장은 머리 왼쪽과 경추 요추를 크게 다쳤다.
그 때문에 6개월간 입원했고,또 6개월간은 통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지금도 사고 후유증으로 인해 잘 뛰지 못하고,왼팔을 완전히 치켜들지 못한다.
유 사장은 의사의 권유로 재활운동 삼아 골프에 입문했다.
보통 한달이면 되는 풀스윙을 4개월이 지나서야 할 수 있었다.
집 근처인 서울 대치동 썬힐골프연습장에서 9개월쯤 연습했을 때 회사 상사가 '대타'로 그를 불러 '머리를 얹어' 주었다.
당시 회사 상사는 "어,볼이 뜨네!"하면서 유 사장을 가끔 라운드에 끼워주었다.
유 사장은 골프에 재미가 붙으면서 6개월 만에 90타대 후반을 치던 회사 상사를 따라잡았다.
"다친 이후로 술과 담배를 끊고 오로지 운동에만 전념했지요. 수영을 한시간 가량 하고 골프는 매일 한두시간 연습했습니다."
그는 한달에 두세차례 라운드하면서 1년6개월쯤 지난 후 관악(현 리베라)CC에서 79타로 첫 '싱글 스코어'를 냈다.
그 후 11월부터 2월까지 라운드를 하지 않고 오로지 연습에만 매달렸다.
"쇠파이프를 들고 폐타이어를 매일 쳤어요. 다음해 봄이 되니 2백야드에 불과하던 드라이버샷 거리가 2백m쯤 되고 좀 더 지나니 2백20m로 늘었습니다.나중에 스윙이 안정되면서 2백40m까지 나가더라고요. 남성대 골프장에서는 3백15m를 날린 적도 있지요."
유 사장은 1년에 한가지씩 연습했다.
쉽지 않은 방법이지만 실행만 하면 효과가 크다고 그는 주장한다.
"드라이버샷을 늘려놓은 다음 1년간은 쇼트아이언만 집중적으로 연습했어요.그 다음 1년은 미들아이언,그 다음 1년은 퍼터,그 다음은 우드 식이었지요.전 그래서 불과 2년 전에야 필드에서 우드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유 사장은 자신의 골프에 대한 것을 철저히 기록으로 남겨둔다.
그의 수첩에는 라운드당 퍼트수,버디 확률,파온율,페어웨이 적중률 등이 꼼꼼하게 적혀 있다.
골프로 삶의 활력을 되찾은 유 사장은 "골프를 잘 치니 비즈니스 접대를 나갔다가 오히려 접대받고 오는 경우도 있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