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자산운용사 캐피탈그룹이 오늘오전 서울 신라호텔에서 이사회를 겸한 투자전략회의를 열고 신한금융지주와 삼성전자, SK 고위 관계자들을 차례로 면담했습니다. 캐피탈그룹은 세계적 자산운용사로 캐피탈리서치&매니지먼트(CRMC)와 캐피털그룹 인터내셔널(CGII)의 자산운용액이 8천억달러에 달하는 '큰 손'입니다. 이들은 삼성전자, 현대차, 신한지주, 삼성화재, KT, 국민은행 등 국내 주요기업 지분도 5% 이상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날 CRMC의 지나 데스프레스 부회장 등 임직원 30여명은 오전 7시30분께부터 아침식사를 겸한 회의를 시작한 뒤 9시부터 자신들이 초청한 한국기업 관계자를 맞았습니다. 신한지주의 최영휘 사장은 오전 8시50께 신라호텔 영빈관에 도착, 회의 장소인 루비룸으로 들어갔습니다. 최 사장은 면담에 앞서 "특별한 것은 아니며 일상적인 경영상황을 물어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오전 10시께는 주우식 삼성전자 IR담당 전무가 도착했습니다. 주 전무는 "삼성전자만의 특별한 이슈가 있는 것은 아니며 회사 현황과 미래비전에 대해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어 "캐피탈그룹이 이번 서울 방문에서 이사회를 겸해 투자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을 초청, 현황을 듣고 미래의 전망을 논의하는 자리를 갖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캐피탈그룹은 거시경제 전망을 토대로 중장기적 투자를 주로 하며 이런 관점에서 한국기업들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습니다. 주 전무와는 다른 통로를 통해 회의장소에 도착한 윤종용 부회장은 면담 결과를 묻는 질문에 "IR(기업설명)을 잘 한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짧게 답한 후 회의장소 를 빠져나갔습니다. 오후 2시 세번째로 면담 장소에 도착한 최태원 SK 회장은 회의 장소에 들어가면 서 "투자자(주주)가 부르면 와야 하지 않겠느냐"며 웃었습니다. 최 회장은 또 이날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이 논의되느냐는 질문에는 "경영상황 전반에 대해 설명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경영권과 지분 등에 대해서는 언급할 자리 가 아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최 회장을 수행한 SK 관계자도 "특별히 질문 내용 등을 통보받은 바 없다"면서 "보통의 IR과 같은 수준으로 회의를 준비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캐피탈그룹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에 투자하는 등 비교적 양질의 외국계 투자자"라며 "이들과 활발하게 정보를 교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해 이번 캐피탈과의 면담에 기꺼이 응한다는 입장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3시30분께부터는 현대차의 김동진 부회장이 캐피탈그룹과 면담을 계속했습니다. 이날 회의는 캐피탈그룹의 요청으로 극도의 보안 속에 치러졌습니다. CRMC의 펀드 이사회 사무국장 도로시 허브스트는 "이번 회의는 한국 기업과 캐피털그룹간의 '절대적 비공개(completely private)' 회의"라며 "언론 접근은 허용되 지 않는다"고 못박았습니다. 캐피탈그룹측 다른 참석자들도 하나같이 "우리는 언론과 말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며 인터뷰를 거부했습니다. 캐피탈그룹은 심지어 영빈관 밖에서 사진기자들이 내부를 찍는 것을 막기 위해 호텔측에 요청, 병풍을 치기도 했습니다. 오연근기자 olotus@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