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조로 조정을 강요하더니 멋대로 소송을 종결하더군요." "교통사고로 얼마나 다쳤는지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인데도 선고를 내린다는 게 말이 됩니까." 대한변호사협회는 14일 회원들로부터 사례를 접수해 대법원에 제출한 '판사들의 법정 변론권 침해사례'를 공개했다. 변호사들이 법정 밖에서 판사들의 '비상식적인 변론권 침해행위'를 집중 성토한 것. ◆판사는 왕=민사소송 원고측 변호사인 A씨는 어이없는 경우를 당했다. 피고측 변호사와 동의해 사전 변론연기 신청을 냈지만 판사가 아무런 통지없이 법정을 폐정해 버린 것. A씨는 재차 기일지정을 신청했지만 판사는 있지도 않은 '3차례 불출석'을 이유로 소송종료를 선언한 뒤 판결을 선고했다고 주장했다. 산재사고를 맡았던 변호사 B씨는 신체가 얼마나 손상됐는지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던 중 느닷없이 재판이 종결되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조정이 뭐길래=판결보다는 '조정'을 높이 평가하는 법원 인사평정의 부작용도 도마에 올랐다. 법원 조정실에 들어간 부산의 D변호사는 판사로부터 '상대측 변호사와 조정논의를 먼저 할테니 잠시 나가있으라'는 지시를 받았다. 나중에 판사를 대면한 그는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으면 불리한 재판을 받을 것'이라는 강압적 권고를 듣고 황당했다고 술회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민사소송을 맡아 1심에서 승소했던 변호사 E씨는 항소심 재판장의 편파적 소송진행을 문제삼았다. 판사가 상대측 변호사의 이름을 '친숙하게' 부르더니 첫 기일부터 조정을 권하기 시작했다는 것. 또 1심 판결이 잘못됐다는 예단을 강하게 암시하면서 그 변호사에게 추후 소송방법까지 친절히 안내했다. "판사와 상대 변호사 간의 특별한 관계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E변호사는 털어놨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