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시장 개방 재협상에서 가장 까다로운 요구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진 중국과의 제4차 협상이 14일 서울 외교통상부 회의실에서 열렸다. 지난 5월 한국 정부가 쌀 협상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협상대상국을 방문하거나 스위스 제네바에서만 회의를 열었던 것과는 달리 처음으로 상대방을 '홈구장'으로 불러들여 협상을 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이날 협상에서 한국측은 이재길 외교부 DDA(도하개발아젠다)협상대사가 수석대표를 맡았고 중국측은 장샹천(張向晨) 상무부 세계무역기구사 부사장이 수석대표로 나섰다. 양측은 그러나 쌀 의무수입물량과 기타 농산물 시장개방에 대한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협상전망을 어둡게 했다. 한국 정부는 중국측이 쌀 이외 농산물 개방요구 등 무리한 조건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관세화를 통한 쌀시장 개방을 전격 수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길 협상대사는 이달 초 외교통상부 정례브리핑에서 "관세화를 통한 쌀 수입을 유예하는 쪽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나 상대국 요구조건이 과도할 경우 실리확보 차원에서 정부 입장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말해 협상이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김주수 농림부 차관도 최근 "쌀 시장 개방을 유예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요구가 과도할 경우 관세화 등 다른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었다. 이와 관련,농림부 관계자는 "중국이 내건 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관세부과 방식으로 쌀시장을 개방하는 것이 낫다는 쪽으로 정부기류가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국측은 쌀 의무수입물량 확대뿐만 아니라 쌀 이외 농산물에 대한 검역절차 완화 및 관세율 인하 등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