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골프장은 어떻게 변할까.


골프장 건설규제 완화의 영향으로 골프장수가 크게 늘면서 골프장간 고객유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골퍼들은 적은 돈으로 골프장을 선택해 칠 수 있게 되면서 골프가 대중 레포츠로 자리잡아가게 될 것이다.


또 골프회원권도 2천만원짜리에서부터 10억원짜리까지 다양하게 분포되게 된다.


일부 상류층들은 여전히 프리부킹에다 서비스와 시설 수준이 우수한 초고가의 회원권을 선호하겠지만 중산층 골퍼들은 18홀기준으로 6만~7만원대의 저렴한 퍼블릭 골프장을 즐겨 찾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의 도움말로 2008년 '한국골프 환경'을 전망해본다.


◆골프장 공급 확대로 경쟁 치열


국내 골프장 수(18홀 환산)는 회원제 2백60개,퍼블릭 85개 등 총 3백45개에 달한다.


이는 지난 2003년 말의 1백89개보다 85.7%(1백56개)나 늘어난 것이다.


특히 퍼블릭 골프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3년 말 17.6%에서 25%로 높아지면서 골프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는 지방 공기업이 퍼블릭 골프장 사업에 적극 진출했고 민간기업도 운영 수입이 좋은 퍼블릭 골프장 사업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골프장 이용객 수도 2003년 1천5백12만명에서 2007년 말에는 2천2백만명으로 45.5%나 급증했다.


특히 중산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회원권 없이 값싸게 칠 수 있는 대도시 주변의 퍼블릭 골프장에는 실속 골퍼들이 몰리고 있다.


또한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되면서 금요일 오후와 토요일에 가장 많은 골퍼들이 붐비고 있다.


골프 인구 급증에도 불구하고 골프장 공급 확대로 주말 부킹난은 심하지 않다.


일부 지방 골프장에서는 고객 유치를 위해서 10회 라운드할 경우 1회를 무료로 라운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린피도 정상가의 10%를 할인해주는 행사를 펼치며 골퍼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2004년까지 천정부지로 올라갔던 그린피도 골프장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회원제 골프장의 비회원 주말 그린피는 2003년말 평균 17만8천원에서 2008년 5월에는 16만4천원으로 7.9%나 하락했다.


반면 회원의 주말 평균 그린피는 2003년말 5만원에서 2008년 5월에는 5만6천원으로 11.2% 상승했다.


그 동안 회원보다는 비회원 그린피를 인상해 수익을 챙기는 구조가 골프장의 공급 과잉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비회원과 회원 간의 그린피 차액도 2003년말의 12만8천원에서 10만8천원으로 축소됐다.


◆골프장 등급 골퍼들이 매겨


골프장 수가 많아지면서 골프장들이 서비스와 시설 수준에 따라 '최고급-고급-중급-보통' 등으로 바뀌고 있다.


이 등급은 골퍼들이 결정하고 골프장들은 그에 걸맞은 그린피를 책정하고 있다.


높은 그린피를 받으려면 서비스와 시설 수준을 높여야만 가능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골퍼들에게 '왕따' 당한다.


경기도의 A골프장은 개장한 지 10여년이 지나면서 서비스와 시설 수준이 국내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고 비회원은 회원과 동반할 때만 입장이 가능하다.


회원 그린피도 10만원 정도로 국내에서 가장 높다.


또한 회원들은 1천만원 정도의 연회비를 납부하는데,골프장에서 운영 적자가 날 경우에도 회원들이 추가로 자금을 갹출해 적자를 보전해주고 있다.


이처럼 경제적 부담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회원을 유지하는 것은 서비스와 시설 수준이 우수하고 'A골프장의 회원'이라는 자체가 사회적 지위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방 소재 B골프장의 경우 회원이 많아 주말에는 제때 부킹이 되지 않고 서비스나 시설 수준이 낮아 회원권값이 2천만원에 불과하다.


그린피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시설투자를 게을리하면서 고객들이 외면하고 있다.


◆골프장 구조조정 가속화


골프장 공급 과잉에 따라 서비스와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그 동안 다소 방만하게 운영해왔던 골프장들이 아웃소싱 확대,분사 등 인력 포함해 적극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골프장 CEO들도 과거에는 정치권 인사나 골프장 장기 근속자 등이 주류를 이뤘지만 이제는 새로운 경영기법을 도입할 수 있는 인재들이 대거 등용되면서 골프장 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골프장회원권 가격 약세 지속


골프장 숫자가 늘어남에 따라 골프장회원권 가격도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2003년말 골프장회원권 평균 가격이 1억5천1백14만원까지 상승했으나 그후 하락세를 지속해 2006년 5월에는 1억1천만원대로 떨어졌다.


그러다 조금 회복돼 2008년 5월에는 1억3천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골프 수요가 많은 수도권 소재 골프장들의 회원권 값이 상대적으로 덜 하락한 반면 지방의 회원권 값은 크게 하락했고 회복세도 더딘 상태다.


골프장회원권 가격이 크게 떨어진 지방 소재 골프장 중 일부는 회원들의 입회금 반환 요청으로 도산 위기에 처해 있다.


18홀로 운영되는 A골프장은 2003년에 회원권을 평균 1억5천만원에 분양했으나 2008년 7월에 회원권거래소의 시가는 9천만원에 불과해 5백명의 회원 전원이 2008년 가을에 입회금 반환을 청구할 계획이다.


만약 입회금을 반환하지 못할 경우 부도가 나면서 회원권도 휴지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이처럼 골프시장이 공급자(골프장 운영회사) 위주에서 수요자(골퍼)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운영업체들의 수익성은 떨어진다.


반면 골퍼들은 저렴한 가격에 골프장을 골라 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면서 진정한 의미의 '골프 대중화' 시대가 열리고 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