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골프는 상상력의 게임'이라고 했다. 골프는 30여만평의 코스에서 이뤄지는 게임이다. 언제 어느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따라서 정형화된 패턴으로 샷을 구사하는 골퍼보다 각 상황에 부합하는 '맞춤 샷'을 구사하는 골퍼가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 유명 프로들 중에는 아마추어들이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기발한 샷으로 위기를 탈출하고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그중에는 물론 아마추어들이 따라하기 힘든 것도 있겠으나,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각 골프대회와 골프이벤트 등에서 나온 유명프로들과 교습가들의 기발한 샷,'진기명기'를 모아본다. ◆타이거 우즈의 '3번우드 칩샷' 대부분의 골퍼들은 그린 주변에서 칩샷을 할때 아이언을 쓴다. 그러나 프로들은 퍼터를 쓰기도 하고,우즈처럼 우드를 사용하기도 한다. 물론 많은 연습으로 그 클럽의 거리나 터치감을 익혀둔 다음이라야 그같은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 우즈는 "3번우드 칩샷은 골프의 여러가지 샷 중 가장 안전하고 간단한 샷"이라고 강조한다. 그립을 짧게 잡은 상태에서 클럽헤드로 볼을 쳐주기만 하면 볼은 클럽 자체의 로프트로 인해 살짝 떠서 굴러간다는 것.우드칩샷은 볼이 그린 가장자리에서 30cm 안팎 거리에 위치해 있을때 가장 큰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 샷은 우즈가 즐겨 한다고 해서 '타이거 칩'이라고도 불린다. ◆필 미켈슨의 '오버헤드 샷' 미켈슨은 예나 지금이나 쇼트게임에 관한한 일가견이 있는 선수다. 특히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난도(難度)가 높은 샷을 잘 구사하고 다른 선수들이 시도하지 않는 독창적인 샷을 잘 한다. 미켈슨은 "일곱살때 아버지가 집 근처 파3코스에 내려다주면 하루종일 그곳에서 지냈는데 그때의 경험 덕분이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그린은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에 있다. 정상적으로 그린을 향해 치려면 볼 왼쪽에 어드레스해서 다운힐 샷을 해야 한다. 그러나 미켈슨은 마치 경사지 샷을 하듯 자세를 잡은 뒤 볼을 띄워 머리위로 지나가게 해 그린에 떨어지는 샷을 시도했다. 축구에서 '오버헤드 킥'을 하는 식이다. 아마추어는 물론 대부분의 프로들도 따라하기 힘든,미켈슨만이 할 수 있는 샷이다. ◆어니 엘스의 '발끝 오르막 샷' 그린 주변에서 가끔 맞이하는 경우다. 볼이 발보다 아주 높은 위치에 놓여있기 때문에 치기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엘스처럼 샤프트를 상당폭 내려잡는다. 그립 끝에서 거의 3분의 1 지점이다. 그래야 높이 있는 볼 위치와 클럽의 거리가 맞게 된다. 이 상황에서 거리를 많이 낼 필요는 없다. 방향성과 정확한 임팩트가 생명이다. 엘스는 "몸 움직임은 최소화하고 손과 팔만으로 스윙하라"고 조언한다. 무엇보다 하체의 균형이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니 엘스의 '트러블 샷' 엘스가 2001마스터스 1라운드 10번홀(파4)에서 샷을 하는 장면이다. 세컨드샷이 그린 왼편으로 흐르면서 나무 밑에 멈추었다. 나무 때문에 오른손으로는 도저히 스윙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하더라도 드롭할 경우 또다시 나무가 방해되었는지, 엘스는 고육지책으로 꿇어앉은 상태에서 왼손으로 스윙하는 '모험'을 택했다. 엘스는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샌드웨지를 짧게 돌려잡고 짧은 스윙을 했는데 이것이 아마 내 골프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트러블샷이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엘스는 그 샷을 홀 3.6m에 떨구어 파를 잡았다. 과연 엘스답다. ◆세베 바예스테로스의 환상적 '벙커샷' 벙커샷 하면 게리 플레이어가 떠오르지만,스페인의 바예스테로스도 그에 못지 않게 출중한 트러블샷 기량을 갖고 있다. 벙커뿐 아니라 물 러프 카트도로 주차장 등 어디에서도 샷을 잘 하는 '리커버리샷의 대가'로 정평나 있다. 바예스테로스는 12세때 '스크래치 골퍼'(핸디캡이 0인 골퍼)가 될 정도로 골프에 관한한 천부적 자질을 지닌 선수다. 왼발을 든 상태에서 클럽헤드와 볼이 그 밑으로 지나가게 하는 벙커샷을 하는 모습은 거의 '묘기'에 가깝다. 왼발을 치켜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친 볼이 자신을 맞힐 우려가 있을때 이런 '상상밖의 샷'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게리 플레이어의 '힘 자랑' 남아공 출신으로 4대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우승컵을 안은 게리 플레이어(69)는 몸무게 68㎏에 키는 1백70cm가 채 안되는 '단구'지만 1960∼70년대 세계 골프계를 풍미한 선수다. 어느 선수보다도 세계 각지를 많이 돌아다닌 강행군에도 불구하고 그가 아놀드 파머,잭 니클로스에 버금가는 선수로 자리잡은 것은 '혹독한 체력훈련' 덕택이었다. 손가락 사이에 드라이버 2개를 끼워 수평으로 들 수 있는 골퍼는 많지 않다. 그는 한손만 땅에 짚고 팔굽혀펴기를 자유자재로 하기도 했다. ◆치리 로드리게스의 '찍어 치기' '그린 위의 펜싱사'라는 별명의 로드리게스가 트러블샷을 선보이고 있다. 볼이 나무 옆에 멈추었고,그린은 오른쪽에 있다. 정상적 스윙을 하면 클럽이 나무에 걸리고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하자니 1타가 아까운 상황이다. 이 샷은 클럽을 짧게 잡고 하프스윙을 해주어야 한다. 백스윙때 클럽을 재빨리 수직으로 치켜드는 것이 핵심이다. 다운스윙도 클럽이 거의 수직으로 내려오도록 빠른 동작으로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클럽을 곧장 치켜들었다가 위에서 내려찍어 볼을 걷어낸다'는 이미지인 셈이다. 체중은 일반적 칩샷 때보다 더 왼쪽에 두면 바람직하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