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알바트로스적 선도증권사 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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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 < 한국증권연구원 부원장 >
우여곡절 끝에 LG증권이 우리금융지주에 매각됐다.
우리금융의 LG증권 인수가 중소형사를 포함한 증권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기존 대형 증권사간의 세력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은 확실하다.
삼성증권이 독주하던 시장에서 진정한 선도증권사 자리를 놓고 한판 진검승부가 펼쳐질 것은 분명하다.
LG증권과 우리증권이 합칠 경우 기존 선두주자인 삼성증권보다 시장점유율 측면에서 앞서게 된다.
새로운 선도증권사 출현은 기존 선도증권사를 자극해 증권사들 간에 대형화를 위한 일련의 구조개편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는 이같은 사실을 IMF 경제위기 이후 은행구조조정 과정에서 목격했다.
혹자는 증권사에 무슨 대형화가 필요하냐는 말을 한다.
틀린 말이다.
물론 증권사를 위탁매매전문사로 정의하면 대형화가 절실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우리 경제에 필요한 증권사는 기업금융을 핵심으로 하는 투자은행적 성격의 선도증권사다.
대우증권의 주도권 상실 이후 사실상 한국 증권산업에는 확실한 격차를 보이는 선도증권사가 없었다. 물론 삼성증권이 IMF사태 이후 선두를 유지했지만,은행업에서의 국민은행,보험업에서의 삼성생명 지위와 비할 수 있겠는가?
우리금융의 LG증권 인수 의미는 단순히 증권업 선두가 바뀐다는 점에 있지 않다.핵심적 의미는 선두권 대형증권사 간에 선도증권사 자리를 놓고 진검승부를 펼칠수 있는 선순환 고리가 형성된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증권산업, 특히 대형사 그룹에서 재벌계열 증권사 중심의 구도가 와해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한투를 인수한 동원증권,굿모닝신한증권에 이어 LG증권이 우리금융에 매각됨으로써 금융지주계열 증권사가 대형 증권사그룹의 핵심축으로 자리잡게 됐다. 재벌계열 증권사가 주도하던 대형 증권사그룹에서 금융지주계열 증권사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두가지 패러다임의 공통점은 증권사 뒤에 재벌과 은행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다는 점이다.
재벌의 명성에 의해 뒷받침받는 증권사들 및 금융지주회사와 은행에 의해 뒷받침받는 증권사들 간에 패러다임의 효율성을 놓고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어디가 더 효율적인지는 시장이 평가할 것이다.
금융지주계열 증권사 중에서도 LG증권과 굿모닝신한증권처럼 은행을 포함하고 있는 금융지주계열 증권사와 동원증권처럼 은행 없이 대규모 자산 운용업의 뒷받침을 받는 금융지주계열 증권사 간에도 새로운 형태의 경쟁이 펼쳐질 것이다.
우리금융지주가 장차 어디에 매각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현재 LG증권은 국내자본에 매각됐다.
2004년 9월초 현재 시가총액기준 외국인 보유비중은 은행산업 48%,보험업 36%,증권업이 18% 수준이다.
거래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비중은 43%나 된다. 개방된 경제시스템에서 소유구조를 토종자본 대 외국자본의 대결구도로 보는 시각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그 비중이 너무 높으면 금융시스템의 안전성을 저해할수 있다.
특히 한국에 진출한 금융회사들이 기업금융보다는 소매금융에 치중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금융에의 비중이 높은 금융회사간의 결합은 의미가 있다.
알바트로스라는 새가 있다.이 세상에 존재하는 새 중에서 가장 높이, 가장 멀리 나는 새다.
한번에 쉬지 않고 3천2백km를 난다고 한다.
그런데 알바트로스는 알에서 깨자마자 어미로부터 떨어져 홀로 바닷물에 떠다닌다.
태어나자마자 표범상어의 표적이 되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 필사의 날갯짓을 한다.
여기서 살아남은 극소수 새끼들만이 가장 높이,가장 멀리 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금융지주계열이든,단독증권사든,재벌계열이든 증권사들 간에 패러다임 경쟁을 하는 시기가 열렸다.
표범상어의 이빨을 뚫고 알바트로스와 같이 비상하는 투자은행적 선도증권사가 하루속히 나타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