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15일 "지금 한국 경제는 잠재성장률을 5%대로 유지하는 것도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이날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연세대 경제대학원 총동창회 주최 조찬세미나에서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7% 성장까지도 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왔으나 KDI는 선거 직후 7% 성장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현재는 5% 성장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따라서 이같은 상황에 대한 이해없이 무리한 경기부양 정책을 취할 경우 상당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과거 일본이 불황 극복을 위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실시했으나 재정적자만 늘어난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5%대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선 생산성을 현재보다 2%포인트 높여야 하는 데도 오히려 근로시간을 줄이며 성장을 하자는 주장이 있어 놀랍다"고 꼬집었다. 김 원장은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책에 대해 "정치적 부담 등으로 부실 중소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다"며 "부실기업을 안고 가는 것은 시장여건을 악화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원장은 이와 함께 서비스 시장 개방과 선진10개국(G10) 수준에 걸맞은 규범 국제화를 촉구했다. 그는 "유학생 송금 1억달러는 50억∼1백억달러를 수출해야 상쇄가능한 수준"이라며 "서비스산업이 낙후된 원인은 관광·교육·의료·법률시장이 개방되지 않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이어 "자식들을 출가시킨 50대의 소비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게 문제"라며 특정계층을 대상으로 한 정부지출 확대 및 조세감면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아울러 외환보유액과 관련해서는 "현재 수준(1천7백억달러)이면 외환유동성의 급격한 경색 방지라는 본연의 목적을 수행하기에 부족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