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건조용 후판 수급문제를 놓고 조선업계와 포스코가 또 격돌했다. 조선업계는 15일 서울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비전 한국의 조선공업" 세미나를 열고 "오는 2015년까지 한국이 세계 조선 1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후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한다"며 포스코측의 설비 증설과 가격인하를 요구했다. 이에 포스코는 설비과잉 우려로 섣불리 국내에는 투자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어 후판 수급논쟁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날 세미나에서 최길선 한국조선공업협회 회장(현대미포조선 사장)은 "일본 철강업체가 자국 조선업체에 공급하는 후판 가격이 지난 2·4분기 t당 3백80∼4백달러,3·4분기에는 4백50달러로 인상할 예정인 데 비해 포스코가 국내 조선업체에 공급하는 후판가격은 현재 4백65달러,동국제강은 6백15달러로 비싸다"며 가격 인하를 거듭 촉구했다. 그러나 포스코는 "중국으로 수출할 경우 t당 6백30달러까지 받을 수 있음에도 국내 우선공급 원칙에 따라 국내 조선업체에 싸게 공급하고 있다"며 거부했다. 후판 설비 증설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최길선 회장은 "국내 조선업계는 지난 1년간 세계 건조량의 38%인 1천3백60만GT를 생산했고 수주잔량도 세계의 41%를 차지하고 있으며 2015년까지 시장 점유율 35%로 세계 1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총수출의 6.7%를 차지하는 조선업계의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포스코가 후판 생산 확대에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 업계는 또 포스코가 신규 수요가 있는 중국과 인도 등에 종합제철소를 지으려는 방침에 대해서도 "국내 제조업 공동화를 부추기고 철강제품 수입단가가 높아진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압연라인 증설과 노후설비 교체 등을 통해 후판 생산능력을 50만t 확충하고 열연강판(핫코일)의 후판 대체 물량을 40만t 늘리는 등 2008년까지 모두 90만t을 증산하면 강재 부족 현상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후판공장을 짓기 위해선 전공정인 고로까지 건설해야 하는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며 "중국이 2007년까지 후판 생산량을 1천5백만t 늘릴 계획이어서 섣불리 투자했다가는 설비과잉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포스코는 특히 "중국 조선업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어 국내 조선업계가 내놓은 중장기 후판 수요량 전망에 동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