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옛 난지도 쓰레기 매립지 위에 조성된 9홀짜리 퍼블릭코스인 난지골프장이 대책없이 방치되고 있다. 벌써 완공된 지 6개월이 지났다. 주말마다 골프장을 잡기 위해 부킹전쟁을 치르는 골퍼들이 볼 땐 한심한 노릇이다. 방치되는 이유를 보면 한마디로 터무니없다는 생각이 든다. 부지를 제공한 서울시와 골프장을 건설하고 20년간 운영권을 위임받은 국민체육진흥공단 간의 감정싸움이 그 배경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처음에는 이용요금을 놓고 대립했다. 9홀 기준으로 서울시는 1만5천원,체육공단은 투자비 회수를 위해 3만원을 받겠다고 버텼다. 이를 놓고 티격태격하더니 서울시가 요금 및 운영방법 등을 직접 정한다는 내용을 아예 조례로 정해버렸다. 체육공단은 이에 대해 운영권을 빼앗길 수 없다고 반발,행정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양측은 한때 소송은 소송대로 진행하되 골프장은 일단 시범라운드 형태로 시민들에게 개방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3일 서울시의회는 난지골프장을 가족공원으로 바꾸자는 시민단체들의 청원을 가결시켰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에 불과하지만 얽힌 실타래를 풀어가던 난지골프장은 또 다른 암초를 만난 셈이다. 하지만 골프장을 공원으로 전환하는 방안은 본말이 전도된 해법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운영권과 운영방식에 대한 의견대립을 조정하지 못하니까 1백5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완공한 시설의 용도를 하루아침에 바꿔버리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체육공단 모두 서로의 입장과 감정만 내세울 뿐 시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처사다. 만약 공원으로 변경하면서 서울시가 체육공단측에 투자비를 물어줘야 할 경우에는 세금을 추가로 낭비하게 된다. 시민들은 골프장 운영자가 서울시가 되든,체육공단이 되든 별 관심이 없다. 난지도 노을공원 총면적 1백5만평 중 5.6%(5만9천평)인 난지골프장을 공원화하는 방안을 크게 반기는 것 같지도 않다. 벼룩을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식으로 가고 있는 서울시와 체육공단간의 '어처구니없는 행정'을 보면서 답답해 할 뿐이다. 한은구 문화부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