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거목인 원로 피아니스트 정진우 서울대 명예교수가 26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97세.고인은 1928년 평양에서 태어나 경성의학전문학교(현재 서울대 의과대학)에서 의사의 길을 걸었다. 1950년 6·25전쟁 발발 당시에는 군의관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때 동상에 걸려 양쪽 발가락이 모두 절단되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전쟁 후 고인은 본격적으로 피아니스트의 길을 걸었다. 의대에 다니면서도 피아노를 놓지 않았던 그는 1952년 제대 직후 피란지이던 부산에서 첫 독주회를 열고 서울대, 이화여대, 서울예고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연주 활동에 전념했다. 1957년에는 오스트리아 빈으로 유학을 떠났고 1959년 귀국 후에는 서울대 음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고인은 1993년 정년 퇴임할 때까지 음대 교수로 재직했다. 김석 경희대 명예교수, 신수정 서울대 음대 명예교수, 김용배 추계예대 교수, 강충모 씨 등 한국 클래식계를 이끈 피아니스트들이 모두 그의 제자다.교육자로서 고인은 레슨실에서 노래하는 스승이었다. 2018년 서울대 총동창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기계적으로 연주하는 것을 경계하고, 늘 노래를 먼저 들려줬다. 음악을 느끼고 연주하라고 했다”고 했다. 또 “음악에서도 인간과 인간 사이에 흐르는 감정이 중요하다. 그래서 늘 휴머니즘을 강조했다”고 말했다.고인은 후학 양성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했다. 한국쇼팽협회, 한국베토벤협회를 창립했다. 2020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선정됐으며 서울시 문화상, 대한민국 문화훈장, 성정예술인상 등도 받았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다. 발인은 28일, 장지는 국립서울현충원이다.김보라 기자
1억장→9890만장.K팝 시장의 음반 판매 '1억장 시대'가 1년 만에 끝났다. 한국음반콘텐츠협회가 운영하는 써클차트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음반 판매량은 9890만장으로 전년 대비 17.7% 감소했다. 10년 만에 판매량이 꺾이며 1억2020만장을 기록했던 2023년의 영광을 이어가지 못했다.지난 24일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음반 수출액은 2억9183만7000달러(약 4238억원)로 전년도 2억9023만1000달러(약 4215억원)보다 0.55% 늘었다. 하지만 증가 폭이 미미할 뿐만 아니라 정량적 수치인 음반 판매량이 줄어든 것으로 보아 가격 상승 등 부가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사실상 K팝 성장세는 주춤했다.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 K팝 핵심 그룹의 부재가 이어진 데다 과열된 초동(첫 주 판매량) 경쟁·음반 밀어내기 등 마케팅 수법이 지적받으며 'ESG 경영'을 강조하는 와중에 적극적인 공세가 어려워졌다. 팬덤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와 소비가 공연, 굿즈 등으로 분산됐다.통상 엔터사 매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음반원이다. 특히 음반은 제작비·인건비 등 부가적인 비용이 지속해서 발생하는 공연과 달리 한 번의 제작으로 반복 판매가 가능한 고효율 매출 군이다. 그렇기에 음반 판매 추이는 K팝의 성장과 둔화를 진단하는 지표로 여겨진다.김진우 써클차트 수석연구위원은 "수출액이 전년 대비 하락하지 않은 점, 일부 가수들에서 판매량 저하가 집중된 점, 걸그룹 시장 판매량이 견고한 점을 등을 감안할 때 K팝 산업의 근본적·구조적 문제로는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K팝 시장의 제한된 팬덤 규모 내에서 판매량을 늘리는 단기적 마케팅뿐만 아니라, 팬덤과 대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 거울에 비친 내 모습, 어제와 오늘의 내 모습, 다른 사람이 보는 내 모습…. 그중 진짜 ‘나’는 누구인가. 나라는 존재는 전 우주에 하나뿐인 특별한 존재인가, 다른 사람과 환경의 영향에 의해 만들어진 것인가. 데이비드 오케인(40·사진)은 이처럼 니체와 흄, 데리다 등 수많은 철학자가 탐구해온 ‘자아’라는 화두를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다.그의 작품을 처음 봤을 때 가장 두드러지는 건 사실적인 표현과 희미한 빛이 연출하는 신비로운 분위기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유머러스하거나 기괴한 요소가 곳곳에 숨어 있다. 거대한 캔버스 천에 둘러싸여 장난을 치는 듯한 인물이 등장하는 그림 ‘글로밍(Gloaming)’이 단적인 예다.오케인은 아일랜드에서 태어나 독일 베를린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독일 라이프치히 순수미술 아카데미에서 독일 유력 화파인 ‘신(新)라이프치히 화파’의 대표 작가 네오 라우흐를 5년간 사사했다. 아일랜드의 권위 있는 미술상인 골든플리스어워드를 수상(2014년)했다.서울 한남동 갤러리바톤에서 열리고 있는 오케인의 개인전 ‘자아의 교향곡’에서 자아라는 주제를 탐구한 그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2월 15일까지.성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