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부른다] 노대통령 러시아 방문 ‥ "가자! 기회의 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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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19일부터 23일까지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을 공식 방문한다.
노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초호황을 누리고 있는 러시아와 구 소련권 시장 공략을 위한 세일즈 외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계 인사들이 대거 동행하는 것도 이들 시장의 중요성 때문이다.
러시아는 1999년 이후 정치적인 안정을 바탕으로 4년 연속 고성장 가도를 질주하고 있다.
최근엔 고유가로 돈이 넘쳐나면서 내수시장도 급팽창하고 있다.
유럽에서 BMW의 매출이 가장 높은 나라,삼성전자의 고가 휴대폰이 불티나게 팔리는 나라가 바로 러시아다.
'돈 쓰는 재미에 빠져 있다'는 러시아인들의 구매력은 향후 4년 내 2배로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다.
브릭스(BRICs) 4개국 가운데 우리 기업들의 관심이 덜했던 러시아는 더 이상 동토의 땅이 아닌 기회의 땅이다.
특히 제조업이 상대적으로 취약,구매력 향상은 수입시장 확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세계 각국이 러시아 시장을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다.
과거 유럽과 아시아의 틈새시장으로 여겨졌던 러시아가 인구 1억5천만명(옛 소련권까지 포함하면 3억명)의 황금시장으로 떠오른 것이다.
◆초호황 러시아 경제=1999년 이후 플러스 성장세로 돌아선 러시아 경제는 2000년 10.0%,2001년 4.3% 성장한 데 이어 2003년엔 세계 경기 침체 속에서도 7.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도 러시아 경제는 7% 성장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월 현재 외환보유고는 8백억달러로 세계 8위 규모다.
1998년 국가 부도 사태를 겪었던 러시아를 화려하게 부활시킨 원동력은 다름아닌 국제 원자재 가격의 급등이다.
지난해 러시아는 하루 평균 8백22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의 원유 수출국이 됐다.
천연가스 매장량은 무려 1천7백조㎥로 추정되고 있다.
주력 수출품인 석유 가스 비철금속 가격 상승세와 급팽창하는 내수시장을 감안하면 2010년까지는 연간 5%의 GDP(국내총생산) 성장이 무난할 전망이다.
지난해 러시아의 수출은 1천3백10억달러를 기록,5백9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달성했다.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와 외환보유고 상승은 러시아의 국가 신용등급도 끌어올렸다.
국제 신용평가 기관인 무디스는 지난해 10월 러시아 정부가 발행한 유러본드와 외평채의 신용등급을 Ba2에서 Baa3로 2단계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모스크바 국제관계 및 세계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인 윤성학 박사는 "러시아 경제 호황은 푸틴 정부가 이룩한 정치적인 안정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푸틴은 집권 이후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정치를 안정시키고 예측 불가능한 러시아 경제시스템을 크게 개선했다"고 평가했다.
◆한국기업 러시아 공략 박차=자원대국 러시아 경제가 호황을 누리면서 한국 기업들도 러시아 시장에서 '황금'을 캐기 위해 여념이 없다.
자동차 전자 등 이미 진출한 대기업들 가운데는 올해 매출 목표를 2배나 늘려 잡은 곳도 있다.
건설업체들도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와 주택개발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현대차는 엑센트를 생산하고 있는 현지 CDK(부품을 수출한 후 현지에서 조립·판매) 공장 규모를 연산 1만5천대에서 3만5천대로 크게 늘리기로 했다.
연간 판매 목표도 지난해의 2배가 넘는 3만5천대로 늘려 잡았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시장 매출을 지난해 1조7천억원에서 올해는 3조원으로 확대했다.
현재 전자레인지 등 8개 제품을 시장점유율 1위에 올린 삼성전자는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는 휴대전화 등 고가제품도 연내에 1위 제품군에 합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는 휴대전화와 청소기,세탁기 등의 판매호조에 힘입어 올해 러시아 매출 규모를 작년에 비해 70% 이상 끌어 올리기로 했다.
대형 프로젝트와 자원개발,주택건설 등에 참여하려는 건설업체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LG건설은 올초 러시아 타타르스탄 자치공화국에서 3천5백만달러 규모의 석유화학 공장 건설공사를 따낸 데 이어 30억달러 규모의 정유공장 및 석유화학플랜트 수주를 앞두고 있다.
대우건설도 사할린 남쪽 코르사코프 항구 인근에 건설되는 연산 4백80만t 규모의 LNG(액화천연가스) 플랜트 공사인 '사할린 LNG 플랜트'를 수주했다.
KOTRA 모스크바 무역관에 따르면 러시아 전역에서 진행 중이거나 추진 중인 개발 프로젝트 규모가 1백91억달러를 웃돌며 이 가운데 한국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는 1백65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서부 러시아에선 자원개발 관련 프로젝트 규모가 1백10억달러에 달해 서부 러시아 전체의 76%,러시아 전체의 58%를 차지하고 있다.
KOTRA 관계자는 "러시아 정부는 매년 6% 이상의 고속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지역개발과 인프라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 "러시아 개발 붐과 내수시장 확대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우리 기업들도 전향적인 자세로 러시아에 진출해야 할 것"라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