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부국인 러시아를 거론하면서 국내 대표적 정유 및 유전개발업체인 SK(주)를 빼놓을 수 없다.


최태원 SK(주) 회장이 빠듯한 일정에도 불구,19일부터 노무현 대통령의 방러 수행대열에 합류키로 결정한 것은 러시아와의 다양한 협력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다.


세계적으로도 품질을 인정받고 있는 고급윤활유는 러시아에 태극기를 꽂은지 오래다.


SK텔레콤은 드디어 지난 8월 무선인터넷 플랫폼을 앞세워 정보통신분야에서 러시아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노 대통령의 순방을 계기로 한-러간 정보기술(IT)분야에서 협력 분위기가 무르익을 경우 "e-러시아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활유(ZIC) 등 러시아 공략 박차=SK㈜는 90년대 말 러시아 윤활유 시장에 진출한 이래 매년 30∼40%의 판매신장세를 보여왔다.


SK㈜는 무엇보다 기술적 측면을 중시하는 러시아 구매자의 특성을 중시,고품질 윤활유(ZIC) 개발에 중점을 두었다.


특히 영하 40도의 추운 겨울에도 다른 제품에 비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ZIC의 좋은 '시동성'은 러시아 소비자의 마음을 빼앗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ZIC는 극동러시아 시베리아에서 이 지역 차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일본 수입차 운전자들을 주 타깃으로 시장을 공략 중이다.


반면 우랄지역과 유럽 러시아지역은 70% 정도가 러시아 자동차로서 이에 적합하게 러시아 최대 자동차 생산회사인 AbtoVAZ로부터 그 품질을 인정받았으며,이를 바탕으로 현지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오일달러의 보고'로 꼽히는 카자흐스탄 역시 SK의 공략대상이다.


카자흐스탄의 석유확인 매장량은 2003년 기준 전세계 매장량의 0.8%인 90억배럴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추가발견 가능성을 나타내는 추정매장량은 그 10배인 9백20억배럴로 쿠웨이트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활발한 탐사 및 개발 투자로 석유 생산량도 2003년 하루 생산량 1백10만배럴,2010년에는 2백40만배럴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인근국가들에 비해 잘 정비된 석유개발 제도도 매력포인트다.


세브론텍사코 엑슨모빌 로열더치셀 토털 ENI 등 대부분 메이저 석유자본이 유전개발에 참여하고 있어 이들 회사가 속한 국익을 위해서도 지정학적 리스크 요소들을 제거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SK는 이처럼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의 무궁무진한 에너지시장 잠재력을 겨냥,다각적인 협력방안을 검토 중이다.



◆'e-러시아 프로젝트' 진출모색=SK텔레콤은 지난 7월 유럽의 이동통신시장에 '무선인터넷 플랫폼'을 첫 수출한데 이어 8월에는 러시아권에도 진출했다.


카자흐스탄 시내전화 및 인터넷서비스 제공사업자인 눌삿(NURSAT)사에 네이트 포털 플랫폼,네이트 서비스솔루션 등을 7백만달러에 공급키로 계약을 맺은 것.


이에 따라 카자흐스탄의 눌삿사는 SK텔레콤으로부터 공급받는 네이프 플랫폼을 현지 CDMA사업자인 알텔사에 제공,카자흐스탄에서 최초로 컬러링 친구찾기 벨소리 그림친구 멀티미디어 게임 멀티미디어 메시징 등의 최첨단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다.


한국의 앞선 무선통신 기술이 카자흐스탄에서 그대로 구현되는 셈이다.


SK는 7백만달러 수출이라는 카자흐스탄 시장진출 성과를 발판으로 향후 무선인터넷 성장잠재력이 높은 중앙아시아 시장과 독립국가 연합(CIS)으로의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또 러시아가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추진 중인 'e-러시아 프로젝트'에 한국기업으로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정부와 함께 협력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러시아는 경제자유화에 힘입어 2002년 이후 이동통신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해오고 있다"며 "최근 부산에서 열린 'ITU텔레콤 아시아'와 노무현 대통령의 러시아 순방 등을 계기로 한·러간 IT교류 분위기가 무르익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