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러시아 자동차 시장에서 대이변이 벌어졌다.


현대자동차의 5월 판매량이 그동안 난공불락으로 여겨왔던 러시아 수입차 시장의 영원한 1위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를 제치며 월간 판매순위 1위로 올라선 것.


현지에서는 전 세계 32개 자동차 메이커가 각축전을 벌여온 시장에서 그간 "짜르(제정 러시아 시대의 황제)"로 군림해온 도요타의 패배는 충격적이라고 반응했다.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은 이번에 노무현 대통령을 동행해 이같은 분위기를 직접 확인할 예정이다.



◆도요타 제치고 시장 1위 부상


2002년 러시아 수입차 시장에서 10위에 불과했던 현대차는 2003년 1만4천4백51대를 판매하면서 단숨에 4위로 부상했다.


올들어 5월까지 누계 판매량이 이미 작년 연간 판매에 육박할 정도의 판매호조를 기록하며 포드와 미쓰비시를 제치고 마침내 도요타마저 눌러 현지 업계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상반기 판매실적도 1만8천2백17대로 시장점유율 12.1%를 차지,지난해 5위에서 3계단이나 뛰어오르며 누계 판매에서 도요타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지난 5월 이후 3개월 연속 도요타를 2천대 이상 능가하는 압도적인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어 연간 판매량이 도요타를 추월할 수 있을 것으로 현지에서 보고 있다.


현대차의 약진은 승용차 뿐만 아니라 상용차 부문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8월 현대차는 러시아 정부로부터 대통령궁(크렘린궁)의 의전용 차량으로 사용될 현대차 에어로 익스프레스 버스 50대를 수주했다.


내달 인도될 예정인 이 버스는 러시아 정부의 공식 의전차량으로 러시아를 방문하는 주요 귀빈들을 대상으로 공항에서부터 대통령궁까지 의전하는데 사용된다.


특히 매년 두차례 이상 열리는 독립국가연합(CIS)의 정상 회담시에도 사용될 예정이어서 러시아 시장은 물론 향후 동유럽 지역까지 현대차 브랜드 인지도를 한층 더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세계의 많은 유명 경쟁업체들을 제치고 현대차가 선정됨으로써 동유럽 시장의 상용차 진출에 대한 교두보를 확보했다는데 의미도 갖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 5월 초 체코 헝가리 등의 동구권 8개국의 EU(유럽연합) 가입에 발맞추어 동구지역본부를 폴란드에서 러시아로 이전,급속 성장하는 러시아 및 CIS 시장을 적극 공략한 결과"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러한 여세를 몰아 최근 열린 모스크바 모터쇼에 신모델 투싼을 러시아 소비자들에게 처음으로 선보인데 이어 러시아를 비롯한 동유럽 전역에 걸친 대대적인 광고와 판촉을 실시,바람몰이를 계속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현지 생산도 목표 초과달성


현대차는 올들어 기존 액센트(베르나)를 생산하고 있는 CKD(부품조립생산) 공장 규모를 지난해 6천대에서 3만대로 대폭 확충한데 이어 4월부터는 신규 모델인 쏘나타를 투입하는 등 수요폭발에 대비해 왔다.


특히 러시아 판매의 효자 모델인 겟츠(클릭),액센트(베르나)의 경우 50일 정도의 대기일에도 불구하고 구입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액센트의 경우 올들어 지난 7월까지 생산실적이 9천5백27대로 연간 계획 대비 1백17%의 달성률을 기록했다.


쏘나타도 7월까지 3개월간 1천8백62대를 생산,연간 목표 대비 84%의 실적을 보이는 등 순항하고 있다.


내년 초에는 포터 차종을 추가 투입,상용차 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앞으로 현지 고객과의 눈높이를 맞추는 밀착마케팅을 통해 지속적으로 신규 수요를 확충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