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초청으로 20일부터 23일까지 러시아를 방문한다.


이에앞서 19일부터 20일까지는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초청으로 구 소련권의 카자흐스탄을 찾아간다.


노 대통령은 21일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간 실질협력 증진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회담에서는 구체적 경협방안,북핵문제를 포함한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이라크 문제를 중심으로 한 국제현안이 협의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정상회담의 성과 등을 담은 공동선언도 채택할 계획이다.


러시아 방문을 시작으로 노 대통령의 올 하반기 '세일즈 정상외교'는 연말까지 월례행사인양 계속된다.


청와대는 올 하반기 정상외교의 중심 축을 경제.통상 분야에 두고 있다.


◆한·러 경협 강화 주목=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의미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미·일·중·러 등 한반도 주변 4강에 대한 정상 방문외교가 일단락져지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노 대통령의 미·일·중 방문에선 북한핵 문제가 최대 현안이었다.


올해는 포인트가 경제외교로 옮겨졌다.


북핵 사태가 일단 위기상황에서 벗어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국제적인 논의틀 속에 머물러 있는데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도 북핵문제에 대해 공세적으로 나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한국과 러시아 실무자들은 정상회담과 공동선언 발표를 통해 한·러 관계를 '실질적 협력관계'로 발전시키기 위해 수개월 전부터 준비해왔다.


특히 경제·통상 부문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올리기 위해 노력해왔다.


21일 정상회담의 핵심의제도 경협 문제가 될 전망이다.


정상회담의 주요 안건은 △시베리아횡단철도(TSR)·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사업에 대한 협력 강화 및 남·북·러 3자간 철도전문가 2차회의의 연내 개최 △한·러 에너지협력 공동연구위원회 발족 △한국의 동시베리아 통합가스개발 사업 참여 △사할린 액화천연가스 도입 문제 등이다.


이와 함께 △양국간 우주기술협력협정 체결 △우주발사체 개발을 위한 러시아로부터의 기술 이전 △한국인 우주인 양성사업에 대한 러시아의 협력 △한국의 e러시아 프로젝트 참여도 논의될 예정이다.


이 같은 안건을 제대로 협의하기 위해 오명 과학기술·이희범 산업자원 장관,김현종 통상산업본부장,박기영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 등 과학기술·통상 분야 고위관계자 다수가 방러팀에 포함됐다.


◆BRICs(브릭스:신흥거대시장 국가) 공략 본격화=경제계 인사 50여명이 방러길에 동행하는 것은 러시아 시장이 갖는 잠재적인 매력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러시아를 찾은 뒤 10월에는 인도를,11월에는 브라질을 방문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중국 방문에 이어 신흥 거대시장으로 꼽히는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를 모두 돌아보는 셈이다.


러시아에선 에너지와 우주기술 협력방안을,인도에서는 정보기술(IT) 철강 사회간접자본시설 부문에서의 진출을 모색한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제2의 중국'으로 일컬어지는 인도는 서남아시아 지역에서 통상분야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


◆동시다발 FTA 준비=노 대통령은 지난해 일본 방문,아세안+3 국제회의 참석,싱가포르 방문 등을 통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통한 개방 확대 방침을 누누이 강조했다.


이번 러시아 방문에서 FTA가 직접 언급될 가능성은 낮지만 개방화 원칙을 재차 천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각국별 FTA 추진 대책과 관련,싱가포르와는 연내 협상을 타결짓고 일본과는 일정 수준(양허안 도출 단계)까지 성과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 통상 당국의 목표다.


물론 농업과 부품산업 등 업종별로 국내의 반발이 만만찮은 데다 유일한 FTA 체결국인 칠레와의 자유무역 성과도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만큼 정부 내 개방주의자들 뜻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그렇지만 한국이 개방형 통상국가로 나아간다는 방향 자체가 바뀔 가능성은 극히 낮다.


개방의 필요성에 대한 노 대통령의 생각이 워낙 확고하기 때문이다.


다만 속도에서 완급 조절은 시도될 수 있다.


정부가 FTA를 추진 중이거나 관심을 보이는 대상은 △아세안(ASEAN)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EFTA(스위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멕시코 등이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