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계획은 용두사미가 되고 말 것인가. 엊그제 서울파이낸셜포럼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이 쏟아낸 지적들은 그런 우려를 갖게 한다. 경쟁국들보다 진행속도가 너무 느리고,보완돼야 할 점도 한두가지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정 우선순위에서까지 밀려있다는 주장이고 보면 이대로 가다가는 말잔치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설득력이 없지 않다. 정부 스스로 여기에 회의를 가지고 있고 추진할 의지도 별로 없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제대로 방향을 잡아 추진해야 한다. 서울파이낸셜포럼에서 제기된 규제개혁 등 10가지 정책권고만 하더라도 처음부터 반영됐어야 할 방향들이거나 전략들이란 점에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처음 동북아 경제중심 얘기가 나오고 금융허브를 추진하겠다고 할 때와 비교하면 지금의 양상은 사뭇 다르다. 동북아 경제중심은 어느새 동북아 시대로 변해버렸고 이제는 무엇을 하자는 건지도 솔직히 모를 지경이다. 신행정수도 건설이라든지 국가균형발전 등 다른 국정과제에 비하면 사실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려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허브를 하자면 선택과 집중을 해도 모자랄 텐데 분산과 균형이라는 이슈에 완전히 파묻혀 있는 꼴이다. 정부는 서울을 금융허브로 육성하겠다고 하지만 이것저것 다 지방 이전을 추진하는 판에 외국인들에게 얼마나 신뢰성을 줄지도 의문이다. 정부가 금융허브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면 무엇보다 그 추진 의지부터 확고히 해야 한다. 추진전략도 서둘러 보완해야 한다. 작년 말 발표된 로드맵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0년에 아시아 3대 허브로 발전한다고 돼 있지만 2010∼2015년 금융허브가 되겠다는 중국 상하이 등과 비교하면 너무도 소극적인 시간표가 아닐 수 없다. 경쟁국들이 앞서 금융거점으로 자리를 잡는다면 아시아 3대 허브는 그야말로 우리만의 꿈에 그칠 공산이 크다. 지금까지 한국투자공사 설립 추진 등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성과도 별로 없다. 그런 점에서 감독기관과 규제내용의 국제화가 선결과제라는 지적은 귀담아들어야 할 부분이다. 최근 국민은행 사태에서 보듯 시장참여자들이 금융관치 의혹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예측가능하고 합리적인 시스템 마련이 중요하다. 금융노동시장 개혁,국제 법률서비스시장 개방 등도 서둘러야 할 과제들이다. 지금처럼 더디게 가다가는 경쟁국에 밀릴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