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이 현대중공업 노조를 제명, 서로 결별 수순에 들어간 것은 주목할 만하다. 표면적으로는 지난 3월 일어난 현대중공업 하도급업체 직원 분신사건의 처리 문제를 놓고 양측이 갈등을 빚어온 것이 이번 일의 발단이 됐지만,상급단체인 산별노조의 정치성을 띤 강경 투쟁노선을 일선 단위노조가 거부하고 독자적인 길을 가기로 한 상징적 사건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중노조는 80년대 말부터 강성 노조의 대명사로 과격 노동운동을 이끌면서 사실상 민노총의 설립을 주도했고 전국적으로도 그 규모가 세번째로 큰 단위노조이다. 그러나 90년대 중반부터는 실리를 추구하는 온건 노동운동으로 방향을 선회,10년째 무분규 기록을 이어오면서 민노총과 투쟁노선을 놓고 대립하는 양상을 보여 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일은 앞으로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방향이 바뀌는 일대 전환점이 될 가능성도 높다. 그동안 민노총의 산별노조를 통한 강경일변도 투쟁은 수많은 문제점을 낳으면서 여론은 물론 노동계 내부로부터도 비판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기업형편을 무시한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를 일삼는 데 그치지 않고,사회공헌기금 조성,노조의 경영참여,심지어 이라크 파병 철회 등 노조의 본령을 벗어난 정치적 요구조건까지 내걸고 연대파업에 나서면서 핵심 사업장을 마비시키고 국가경제에 타격을 주는 일이 빈번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민노총과 현중노조의 결별에서 보듯 전투적 투쟁노선은 더 이상 발붙이기 어렵게 됐다. 명분없는 파업이나 강경 일변도의 투쟁은 국민으로부터 배척만 당하고 아무런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지난번 LG정유 파업사태 등으로도 충분히 입증됐다. 더구나 과격한 노동운동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무리한 임금인상이나 막무가내식 파업은 기업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주게 되고,이는 생산설비의 해외이전이나 폐업 등을 부추길 뿐만 아니라 외국기업들의 투자를 막아 결국 근로자 자신들의 일자리마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계는 이번 일을 계기로 그동안의 노동운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나가야 할 것이다. 더이상 힘으로 밀어붙이는 집단이기주의적 과격투쟁이나 정치적 구호를 앞세운 투쟁노선으로는 어느 누구의 호응도 얻을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하고,대화와 타협을 통한 합리적 노동운동으로 실질적인 근로조건 개선을 이뤄내는 방향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