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0:23
수정2006.04.02 10:25
지난 15일 늦은 저녁 열린우리당 '친노(親盧) 성향의 386 의원'들과 간담회를 마친 직후 전경련 기자실을 찾은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은 잔뜩 상기된 표정이었다.
11명의 386 의원들에게 재계의 입장을 2시간 넘게 설명한 현 부회장은 지친 모습이 역력했지만 1시간 넘게 기자들에게 답답함을 호소했다.
현 부회장이 주먹을 쥐어가며 거침없이 풀어낸 재계의 답답한 속사정은 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과정에 맞춰졌다.
"한달 전 열린우리당 지도부를 만나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재계 의견을 설명할 기회를 달라고 간청했습니다.며칠 전엔 김원기 국회의장에게 '애원'하다시피 했고요.하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답이 없습니다.과연 이 사람들과는 대화 자체가 불가능한 것인지…허탈할 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386 의원들과의 만남을 취소해버릴까 하다 가 속 좁다는 얘기를 듣기 싫어서 자리를 함께 했다는 것이다.
현 부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강신호 전경련 회장,김영대 대성그룹 회장(전경련 경제정책위 위원) 등과 함께 '젊은 의원'들을 상대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중심으로 재계의 애로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러나 386 의원들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정무위 소속이 아니어서 모르겠다고 답했을 뿐이다.
이들은 오히려 자신들을 '좌파'로 보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며 '시장경제주의자'라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설득까지 했다.
"열린우리당의 정책에 재계가 개방된 마음을 갖고 지지하고 격려해달라"는 이야기도 나왔다.전경련에 대해서는 "체질변화가 필요하다"는 고언도 했다.
현 부회장은 하고 싶은 얘기를 거리낌없이 한 자리였다고 이날 간담회를 총평했다.
그러나 재계와 여당 386 의원들은 각자의 입장만 늘어놓으며 서로의 시각차이만 확인했을 뿐이다.
이날 만남을 지켜본 재계 한 관계자는 "애당초 386 의원들이 재계의 입장을 듣겠다는 의지를 읽기 어려운 자리였다"며 "재계와 여당 386 의원들 모두 시장경제를 지향한다지만 간극이 좁혀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장경영 산업부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