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만씨 강의도 잘하시네"..'파인만의 물리학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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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과 공학의 기초가 되는 물리학이 과학기술 발전에 결정적으로 공헌했음에도 학생들에게 기피대상이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어렵고 재미없다는 편견 때문일 것이다.
반면에 물리학자들에게 왜 물리를 선택했느냐고 물어보면 거의 모든 사람이 물리가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이것은 무얼 의미하는가? 물리학은 분명히 재미있는 학문인데 우리가 그것을 재미없게,혹은 어렵게만 대한 때문은 아닌가?
나도 늘 이 문제로 고민한다.
내가 그렇게 재미있다고 느끼는 그것을 학생들에게도 공감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세계적인 과학 천재들이 모여 공부하는 캘리포니아 공과대학(Caltech)의 물리학과 교수들도 1960년대 초에 이와 비슷한 고민을 했다.
이곳 학부생들이라면 수학·과학 분야에서 미국 최고의 영재들임에 틀림없는데 왜 물리공부를 힘들어 하는가,고민하다가 그들은 새로운 시도를 했다.
양자전자기학을 완성한 뛰어난 이론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 교수에게 일반물리학 강의를 맡겨보기로 한 것이다.
그는 1965년에 노벨물리학상을 받는다.
파인만의 강의는 명강의로 소문이 나 있었는데 가장 큰 특징은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었다.
잘 알려진 주제라도 완전히 자신의 언어로 소화한 후에 전달하기에 항상 새로운 영감과 깨달음의 감동을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자신의 강의철학을 이렇게 얘기한다.
"우선 당신이 강의하는 내용을 학생들이 왜 배워야 하는지,그 점을 명확하게 파악하라.일단 이것이 분명해지면 강의 방법은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이다."
1961년부터 2년간 행해진 파인만의 일반물리학 강의는 대히트였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강의를 특히 즐긴 사람들은 정식으로 수강신청을 한 학부 신입생들이 아니라 대학원생과 교수들이었다는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도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파인만 강의의 특징이 아주 잘 나타난 결과일 것이다.
이 강의 내용을 세 권으로 편찬한 것이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The Feynman Lectures on Physics)' 시리즈다.
이 책은 1964년에 출판된 이후 수많은 물리학도들에게 물리를 보는 눈을 틔워주고 물리의 재미를 알게 해줬다.
나도 대학 1학년 때 겉보기에 멋있을 것 같아서 사 놓고는 깨알 같은 영어에 질려서 손을 놓고 있다가 전공과정에 들어가서 전자기학,양자역학 등을 배우면서 다시 펼쳐 보았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학부생들이 물리공부를 위해 읽어야 할 책을 물어 올 때마다 이 세 권을 추천해 왔다.
그러나 훌륭한 내용에 비해 방대한 분량과 영어의 압박으로 쉽게 가까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늘 안타까웠는데,이번에 도서출판 승산에서 번역돼 나온 것을 보니 매우 반갑다.
특히 역자가 도서출판 승산을 통해 이미 여러 권의 파인만 저술을 번역한 바 있기에 특유의 멋을 잘 살려 표현하고 있는 점이 좋아 보인다.
아무쪼록 자연과학 및 공학을 공부하면서 물리학의 참 재미를 맛보기 원하는 모든 이공학도들에게 이 책이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
1권 양장 7백36쪽,3만8천원.
권영준 연세대 교수·물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