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일본 법률 시장의 개방을 앞두고 영국과 미국 대형 법률회사(로펌)들이 일본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미 일본에 사무소를 갖고 있는 회사들은 일본 로펌과 합작하거나 현지 유명 변호사를 스카우트해 덩치를 키우고 있다. 또 일본 법률회사들은 서비스를 다각화하고 변호사 수를 늘리는 등 시장개방에 적극 대비하고 있다. ◆영·미 로펌 일본행 가속=일본에서는 내년 4월부터 외국변호사(외국 면허 취득자)가 일본인 변호사와 동업하거나 이들을 고용하면 국내 소송을 취급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개업은 할 수 있었으나 일본법을 다룰 수는 없었다. 이에 따라 지난 수년 간 영·미 로펌 수십개가 일본에 진출한 데 이어 최근에는 합작사 설립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대형 로펌인 베이커&맥킨지가 도쿄아오야마아오키와,영국 클리포드챈스는 다나카,아키타&나카가와와 손을 잡았다. 미국 쿠더트 브러더스는 파트너십 관계인 요도야바시&야마가미와 올해 말부터 사무실을 합친다. 개인사업자까지 포함시킬 경우 현재 일본에서 개업한 외국인 변호사는 2백13명으로 2000년보다 두배로 늘었다. ◆일본 변호사 업계는 소용돌이=최근 일본 중형 로펌 미쓰이,야스다,와니&마에다는 전세계에 2천4백명의 변호사를 거느린 영국 링클레이터스가 이들 회사를 흡수합병하려는 와중에 둘로 쪼개지고 말았다. 변호사 60명 중 절반은 링클레이터스로 가겠다고 한 반면 창업자 중 한명인 미쓰이 다쿠히데를 포함해 15명은 잔류했다. 나머지는 뿔뿔이 흩어졌다. 이는 일본 변호사 업계의 딜레마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다. 창업자 중 미쓰이 변호사는 "독립성을 잃고 외국 본사에 보고하는 처지로 전락하기 싫다"고 반대했으나 와니 아키히로 변호사는 "일본은 글로벌 법률 관행에 적응해야 한다"며 이적을 결심했다. ◆외국로펌,국제 업무 집중 공략=월스트리트저널은 영·미 로펌들이 일본에서 발생하는 국제적 기업 인수합병(M&A)과 해외 주식 및 채권 발행 업무를 집중 공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분야는 국제적인 지명도와 네트워크를 가진 영·미계 로펌이 경쟁우위를 갖고 있다. 이들은 또 자금력을 바탕으로 연봉을 얹어주며 일본인 유명 변호사들을 선점할 전망이다. 일본 로펌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변호사를 충원하고 영·미식을 흉내내 '원스톱 법률 서비스' 체제를 갖춰가는 추세다. 99년에는 일본에서 제일 큰 로펌의 변호사 수가 74명이었으나 지금은 4대 로펌이 각각 이보다 두배 많은 변호사를 고용하고 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