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경제를 살리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투자주체인 재계와 인식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있어 답답하기만 하다. 전혀 접점을 찾지 못하는 정·재계간 경제인식의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출자총액제한제도 유지와 계좌추적권 부활 등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놓고 벌어지는 여야간 대립도 그 본질은 정부·여당과 재계와의 인식차에 있다. 물론 정부·여당내에서도 출자총액제한 제도의 타당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당론을 들먹이면 주춤거리고,또 대통령이 한마디 말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식이 되고 만다. 경제5단체장들이 여당 지도부에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재계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라도 달라고 간청했지만 묵묵부답이었던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정부의 좌파적 정책이 뭐가 있느냐."(여당 의장) "그럼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나 사립학교법은 무엇인가."(경제단체 임원) 어느 모임에서 벌어졌다는 이 설전도 여당과 재계가 갖는 인식차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에 다름아니다. 정부·여당이 여전히 기업을 불신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경제를 서로 다른 눈으로 보고 있는 까닭이 과연 무엇인지 짐작케 한다. 여당내 이른바 '386의원'들은 재계 대표와의 만남에서 "우리도 시장경제주의자"라고 말했다고 한다. 여당도 재계도 한 목소리로 시장경제를 강조하고 있음에도 서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면 무엇이 정말 시장경제인지 그 자체에 대한 생각의 출발부터 서로 다르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 경제인식과 해법에 대한 정부·여당과 재계의 생각이 이처럼 달라서야 무슨 정책을 내놓아도 그 효과가 있을리 만무하다. 무엇이 정말 경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지 정부·여당은 그 핵심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