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가 여야간 공수(攻守)만 뒤바뀐 채 정기국회 초반부터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과반의 힘으로 "창"을 휘둘렀던 한나라당은 수세에 몰린 반면 과반의석을 확보한 열린우리당은 파상적인 "공세"를 펴고 있다. 그러나 정무위원회가 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17일에도 공전되는 등 기대속에 출범했던 17대 국회 역시 여야간의 실력대결로 구태를 재연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정무위 파행 계속=정무위는 17일에도 한나라당 의원들이 정무위원장석을 점거하는 바람에 3일째 회의조차 열지 못했다. 대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서로에 책임을 떠넘기며 설전을 벌였다.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대표적인 경제개혁 입법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시급하게 처리돼야 한다"면서 "한나라당이 회의장을 점거하며 구태정치의 전형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유승민 제3정조위원장은 "열린우리당 단독으로 대기업계열 금융사의 의결권 제한비율을 당초 정부안인 15%에서 20%로 완화한 내용을 부대의견으로 첨부했다"며 "대기업을 비호하는 것은 오히려 열린우리당"이라고 반박했다. 양측은 회의 속개를 위해 밤 늦게까지 협상을 벌였으나 이견을 좁히지는 못했다. 한나라당은 "정기국회에서 개정안을 처리할 것을 약속할테니 국정감사 후에 토론회 등을 거쳐 다시 논의하자"고 제안했으나 열린우리당은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 등도 정기국회 기간중에 반드시 처리한다는 약속을 문서로 하라"고 맞서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여야 '공수교대'=정무위의 대립상황은 지난해 국회와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정무위원장석을 빼앗긴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은 지난해 12월에는 선거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당시 목요상 정개특위 위원장석을 점거한 '경험'이 있다. 이에 앞선 9월 한나라당이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의 해임 건의안을 강행 처리하려 하자 이종걸 조배숙 의원 등 현재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은 박관용 국회의장의 본회의장 입장을 막으며 의장실을 차지하는 등 수비에 나섰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