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006400]가 삼성물산[000830]의 지분 매입을 공식 발표한 것을 계기로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삼성물산의 경영권 방어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SDI는 이런 시선에 대해 "단순 투자 목적일 뿐"이라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고 삼성그룹도 "다른 계열사들의 지분매입 계획은 아는 바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재계와 증권가 일각에서는 `삼성물산 지키기'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 계열사의 지분을 많이 갖고 있는 사실상의 지주회사인데다 올들어 헤르메스가 지분을 대량 사들이면서 SK처럼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끊이지 않았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3.97%)와 제일기획(12.64%), 삼성테크윈(3.85%), 삼성SDS(17.96%), 삼성네트웍스(19.47%), 삼성석유화학(13.05%), 삼성카드(9.36%), 삼성정밀화학(5.59%), 삼성증권(0.27%), 삼성종합화학(38.68%) 등 계열사 지분을 많이 갖고 있지만 정작 삼성물산에 대한 삼성의 우호 지분은 13% 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삼성SDI가 지분매입에 투자하는 돈은 금액으로는 700억원대에 그치지만 지분비율은 4%대에서 7.58% 가량으로 높아지게 돼 우호 지분 1%가 아쉬운 삼성으로서는 큰 수확이 아닐 수 없다. 삼성물산 관계자가 "관계사인 대주주가 지분을 늘리는 것은 경영권 안정 차원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SDI의 지분 매입에 거는 삼성의 기대를 엿볼 수있게 하는 대목이다. 삼성SDI 관계자도 "순수한 투자 목적 차원의 매입"이라면서도 "중장기 차원에서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해 단기 투자수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내비쳤다. 삼성은 다른 계열사나 특수관계인이 삼성물산 지분을 추가 매입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SDI 외에 다른 관계사들이 물산 지분을 사들일 계획을 갖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며 "지분매입을 하게 되면 공시를 하는 등 발표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삼성의 다른 관계자도 "다른 계열사들이 삼성물산 지분을 매입할 계획이 있다고 해도 공식 발표 전까지는 얘기를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삼성물산의 외국인 지분은 지난 16일 현재 플래티늄 5.86%, 헤르메스 5.0% 등을 포함해 45.04%로 파악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공병설기자 k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