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겐 뢰플러 < 하나알리안츠 사장 > 경제학자들에 대해서는 많은 비판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모든 현상을 "한편으로는…,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라고 평가하며 명확한 진술을 회피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한편'만 이야기하는 경제학자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적도 있다. 또 다른 비판은 경제학의 예측 능력에 관한 회의다. 한 일화를 들어보자.20세기 가장 유명한 물리학자 두명이 대학 입학전에 물리학을 공부할지,경제학을 공부할지 망설였다고 한다. 두명 모두 물리학을 선택했지만 서로 다른 이유에서였다. 한명은 경제학이 너무 어렵다는 이유에서였고 다른 한명은 너무 단순하고 하찮다는 이유에서였다. 전자보다는 후자가 일리있어 보인다. 경제학이 지난 수십년간 괄목할만한 수리적 발전을 이루었지만 아직도 숙련된 수학자나 물리학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분야다. 더욱이 이러한 수리적 발전이 경제학이 실물경제와 시장을 예측하는 능력을 향상시키지는 못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은 인류가 대면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당연히 점쟁이나 점성술 그리고 경제학자들에 대한 수요가 높을 수밖에 없다. 기자들이 경제학자에게 묻는 가장 첫번째 질문은 오는 6∼12개월 사이에 경제가 어떻게 변할 것이며 연말에 주식시장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다. 무엇보다 인류는 미래에 대해서 끔찍히도 궁금해 하고 둘째로 정확한 예측을 통해 일확천금을 벌 수 있기에 이는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러한 예측추이를 유심히 살펴보는 이는 드문 듯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측에 있어서 한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그 예측이 틀릴 거란 사실이다"란 농담에 담겨있는 진실을 간과하는 듯하다. 예측이 간혹 맞아떨어지더라도 과거의 예를 볼 때 평균적으로는 미래에 대한 예측은 빗나간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의 GDP 예측을 되돌아볼 때 경제학자들은 1980년대 1990년대 2000년대에 일어난 최근 3개의 불황을 완전히 간과했다. 게다가 이러한 경제의 전환점을 예측하는 것이 기업들,행정가들 및 투자자들에게는 가장 결정적이고 중요한 일이다. 증권분석가들이라고 해서 더 낫지도 않다. 그들은 기업들의 수익 성장률을 체계적으로 그것도 대폭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시장의 경우 조사분석가들은 1990년에서 2003년까지 2%밖에 안된 실제 성장률보다 훨씬 더높은 평균 16%의 성장률을 예상했다. 그러면 경제학은 쓸모없는 과학인가? 그렇지 않다. 18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에 경제학의 근본적인 개념이 발달된 이후 경제학은 더욱 더 수학적이고 기술적이 되었으며 심지어 현실과 상당히 괴리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경제학자들만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는 인간 행태와 실물경제가 이전에 생각되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불확실한 환경에서의 수많은 의사결정과 상호작용으로부터 비롯된 이러한 복잡성 때문에 완벽한 예측을 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예측이 불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예측들은 시장가격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정보들이기 때문이다. 실물의 복잡함을 무시하고 단순하고 무조건적인 예측에 승부를 거는 것은 사회와 기업 그리고 개인 투자자들에게 매우 위험할 것이다. 사실상 우리는 경제학자들이 또 '다른 한편'의 견해를 가졌다는 것에 감사해야 하며 너무 편협한 시나리오보다는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견해를 얻을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해야 한다. 그리고 경제정책 제정자들과 집행자들은 경제학자들의 수많은 예측실패에 대해 기뻐해야 한다. 예측이 과학이 아닌 이상 실물은 복잡한 상태로 있게 마련이다. 이러한 복잡성을 다루는 것이야말로 경제정책 제정자들과 집행자들의 자리를 지켜주며 그들이 최상의 학력을 가진 경제학자들에 의해 대체되는 것으로부터 보호해준다. 그래도 어떤 사람들은 서로 다른 능력을 요구하는 그 두 영역을 왔다갔다 하는데 성공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분야 사람들이 서로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기만 한다면 서로가 많은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