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최근 잇따르고 있는 현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에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지난 17일 한국금융연구원이 주최한 학술대회에서 정부 비판이 쏟아진 것과 관련,"금융회사들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마당에 금융연구기관들이 이념 논쟁을 부추기고 있다"며 주최측에 직격탄을 날린 것. 이 부총리는 18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주재한 경제장관간담회에서 "금융연구원은 금융회사들에 실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하는데 자꾸 거대 담론을 끌고 나온다"며 "좌파니 사이비니 하면서 담론을 자꾸 키우면 답도 그런 쪽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융연구기관은 논의의 초점을 좁혀 좀더 구체적이고 미시적인 연구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질책했다. 표면적으론 학술대회를 개최한 금융연구원의 역할에 대한 지적이지만 실제는 현 정부에 대한 경제학계의 비판에 불만을 표시한 셈이다.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정책과제'란 주제로 열린 금융연구원 학술대회엔 최광 국회예산정책처장,정운찬 서울대 총장,김광두 서강대 교수,김태동 금융통화위원 등 중진급 경제학자들이 참석해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이 반시장적이며,과거에 비해 관치의 힘이 더 세졌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부총리는 "지난 10일 열린 금융연구원 조찬 강연회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말을 듣지 않는다"며 "금융회사들이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마당에 연구원들이 좀더 시장의 수요를 정확히 읽고 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쪽에서 이런 이야기가 자꾸 나와서 장관들께 죄송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부총리의 불만 표출에 긴장한 금융연구원은 "한국 경제의 분석패널 발족 10주년을 맞아 패널에서 활동하는 경제학자들 주도로 연 학술토론회였다"며 "발표자와 토론자 선정 등 모든 작업을 패널에서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학술대회에 참석했던 한 경제학자는 "시장주의자로 자처하는 이 부총리가 경제학자들의 순수한 정책비판을 소모적 이념논쟁으로 치부한 것은 무척 실망스럽다"며 "이 부총리 마저 비판을 귀담아 듣지 않고 오히려 역공을 펴 매도하는 정치권의 모습을 닮아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