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상황을 개선할 때 들어갈 비용보다 그로 인한 이익이 적다면 사람들은 그냥 무시하게 마련이다. 경제학에선 이를 '합리적 무시'(rational ignorance)라고 한다. 예컨대 국내에서 회원 1만명인 사업자단체가 로비자금 5억원을 써서 1백억원의 이익이 돌아올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하자. 이때 회원들은 각자 95만원((1백억원-5억원)÷1만명)의 이익을 얻지만 5천만 국민의 1인당 추가 부담은 2백원(1백억원÷5천만명)에 불과하다. 이렇듯 특정집단에는 큰 이익인데 다수에겐 미미한 비용인 경우 옳고 그름에 관계없이 잘 조직된 집단의 뜻대로 관철되는 게 요즘 세상사다. 이 때 국민 개개인이 국회나 정부 활동을 감시하기엔 비용이 많이 든다. 따라서 '침묵하는 다수'가 생겨난다. 정치인들은 침묵하는 다수가 마치 자기편인 양 아전인수식으로 행동한다. 선거 때만 빼놓고.올 정기국회 시즌에도 국가보안법 존폐,과거사 청산 논란에다 공정거래법 개정을 둘러싼 여야 대치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생업에 바쁜 국민들은 그 자체가 식상할 뿐이니 손해보는 줄 알면서도 무시하는 게 더 합리적일 터다. 이번 주엔 추석을 앞둔 터라 생색내기성 중소기업·서민대책 행사가 많다. 금융정책협의회(20일)는 자금지원책을 논의하고,특별관계장관회의(21일)에선 민생경제사범 대책도 마련한다. 정치인이나 장·차관들의 사회복지시설 위문도 줄을 이을 전망이다. 명절때만 요란법석 떨지 말고 평소에 잘했으면 싶다. 노무현 대통령은 19일 카자흐스탄·러시아 순방길에 올랐다. 복잡하게 꼬인 동북아 현안문제 논의와 아울러 주요 그룹 총수들이 대거 동행한 만큼 에너지 관련 협력사업이 기대된다. 아울러 기획예산처는 23일 당정협의,24일 임시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할 내년 예산안을 확정한다. 국내 선도은행인 국민은행은 후임 행장을 뽑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벌써부터 하마평이 무성하다. 20일 긴급 이사회에서 행장추천위원회를 재구성하고 내달 14일까지 후보를 추천해 29일 임시주총에서 확정한다. 한보철강 매각문제가 탈락한 AK캐피탈의 국제소송으로 인해 다시 꼬이고 있다. 24일 2차 관계인 집회가 주목을 끈다. 대우종합기계 매각은 지난주 입찰 마감에 이어 추석연휴 이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이 밖에 21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올 들어 세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할지도 국제적인 관심거리다. 조석으로 쌀쌀함을 더하며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썰렁한 경기이지만 그래도 추석만큼은 마음으로라도 넉넉했으면 싶다. 경제부 차장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