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정책 등 사용자의 경영권을 침해하는 요구는 노사간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윤재식 대법관)는 부당한 쟁의행의로 항공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노동조합 및 노동 관계조정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한모씨 등 전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간부 12명에 대해 3백만∼5백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외국인 조종사 채용을 제한해 달라는 노조 요구안은 사용자의 경영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내용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사항"이라며 "그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일으킨 쟁의행위는 정당하지 않아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노조가 조정을 신청한 후 노동위원회로부터 '본 신청 사건은 법상 쟁의상태로 볼 수 없어 조정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노사협의 등을 통해 해결하라'는 권고를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는 사실상 조정절차를 거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피고인들이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고 쟁의행위를 했다는 혐의는 무죄로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한씨 등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간부들은 2001년 6월 외국인 조종사 고용 동결 문제 등을 내세운 자신들의 요구안이 사측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흘간 항공기 운항을 거부하며 쟁의를 일으켜 항공사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