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을 이해하려면 지진과 화산폭발을 겪어봐야 한다고 한다. 9월들어 일본에서는 진도5를 넘은 강진이 곳곳에서 이어졌고,아사마산에서는 30년만에 화산이 폭발했다. 태풍도 올해는 19개나 발생,많은 사상자와 재산 피해를 입혔다. 자연의 엄청난 힘을 보고 있노라면 척박한 환경속에 살아온 일본인들의 내면세계를 생각하게 된다. 일본인들이 오래전부터 대륙으로 끊임없이 진출 야망을 보인 것은 자연환경때문이라고 해석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일본은 국내가 통일되고 힘이 생기면 어김없이 대륙 진출에 나서곤 했다. 이런 점을 고려할때 최근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보수 우경화는 예사롭게 볼일이 아니다. 아시아 경제공동체를 거론하면서,또 다른 한편에선 한국(독도문제),중국(남쪽 센카쿠열도),러시아(북방섬)등 주변 아시아국과 영토분쟁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더욱이 중국의 경제력이 급속히 커지면서 아시아 지역을 둘러싼 양국간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 구한말이나 제2차 세계대전 직전 상황과 유사하다. 13억 인구를 가진 중국은 매년 10% 가까운 고도 경제성장을 지속,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 세계 박람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면,중국은 명실공히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게 틀림없다. 일본은 10여년의 장기불황에서 벗어나면서 경제력이 살아나자 자신감을 회복,아시아경제 맹주 자리를 노리고 있다. 올 하반기들어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와의 FTA(자유무역협정)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봐야 할 것이다. 요즘 일본에선 FTA 3단계론이 퍼지고 있다. 중국과의 경쟁을 위해 1차로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경제블록을 만들고,그 다음에 한국을 끌어들여 중국을 포위한다는 시나리오다. 일본은 아시아경제 주도권을 놓고 중국과의 대결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식,치밀한 준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21세기는 경제전쟁시대다. 경제력이 약해지면 국가의 존립기반은 위협받고,그 나라의 기업이나 사람들의 삶은 고달파진다. 중국과 일본은 앞을 보고 달려가는데,한국에선 '집안싸움'만 하니,구한말의 모습이 떠오른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