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부터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투입된 국내 첨단 기술을 해외에 매각 또는 이전할 때에는 반드시 정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또 기업에 국한됐던 불법 산업기술 유출의 처벌 대상이 대학 연구소 등으로 확대된다. 정부는 지난 18일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경제장관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첨단산업기술 유출방지에 관한 법률(가칭 산업기술보호법)'을 제정키로 결정했다. 산업기술보호법은 최근 정보통신 분야를 중심으로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해외 불법 기술유출을 예방하기 위한 첫 법안으로,국회 통과 등의 절차를 거쳐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우선 휴대전화 반도체 디스플레이 관련 기술 등 해외 유출시 해당 산업은 물론 경제와 국가안보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첨단 산업기술을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중점 관리해나갈 계획이다. 특히 국가 R&D 예산이 들어간 국가 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나 기관이 해외에 회사를 팔거나 기술을 이전할 때는 물론 해외 투자시에도 의무적으로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할 방침이다. 다만 민간 기업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산업 기술의 경우에는 정부 승인제 대신 자율 신고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정부 승인제가 기업들의 해외 진출과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있어 민간 기업이 자체 개발한 첨단 기술에 대해서는 자율 신고제를 도입해 관련 부처나 기관이 지속적으로 감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이 법의 시행으로 하이닉스 등 해외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첨단기술 기업의 처리에 부작용이 없도록 법령을 다듬는 방안도 함께 논의됐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불법 기술유출 행위에 대한 처벌대상을 현행 기업체에서 연구소와 대학 등으로 확대하고 기술유출 행위를 신고한 사람에게 최고 1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키로 했다. 아울러 중소기업의 산업보안 관련 설비투자를 연구 설비투자로 인정,투자금액의 3%를 세액공제해 줄 방침이다. 한편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98년 이후 지난 8월 말까지 기술유출 직전 적발된 산업스파이 사건은 모두 51건으로 피해 예상금액만 44조원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