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항만 당국의 '팔짱'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항만 개발을 위한 외자유치사업이 자칫 기존 국내 시장의 '제닭잡아먹기식'으로 변질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싱가포르항만공사(PSA)가 투자해 지난 7월 개장한 인천컨테이너터미널(ICT)이 두달만에 경쟁관계에 있는 인천항의 기존 컨테이너 물량의 절반을 잠식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절반이 ICT로 넘어가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우려다.
PSA는 투자 당시 기존 국내 시장보다는 신규로 외국선사를 많이 끌어들여 인천항에 새로운 컨테이너 물량을 대량 확보하겠다는 사업계획과 달리 지금까지 단 한 건의 외국선사 유치없이 기존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1개 부두를 운영하는 PSA사는 2008년까지 2개 부두를 추가로 건설,총 90만TEU를 취급할 계획이어서 인천항(연간 컨테이너 취급물량 70만~80만TEU)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항만 당국은 팔짱만 끼고 있다.
인천해수청측은 "컨부두가 신규 선사유치를 위해 노력 중이니 연말까지 기다려보자"는 느긋한 입장이다.
외자유치를 담당했던 해양수산부 담당부서는 한술 더 떠 이같은 사정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눈치다.
국내 업계 관계자들은 "항만당국이 PSA가 초기 사업제안대로 기존 국내 시장보다 신규로 외국선사를 보다 많이 끌어올 수 있도록 사전에 정책적인 협상이나 조율을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예를 들어 당초 외자유치 승인 때 신규선사 유치 약속이나 신규선사 확보 후 부두개장을 허가해준다든지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면 인천항의 컨테이너시장이 이처럼 타격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PSA가 2개 부두를 추가로 건설,허브항을 꿈꾸는 인천항을 고사위기로 몰고 가는 상황을 막기 위해 지금이라도 항만당국이 적극 나설 때라는 게 이들 관계자의 주장이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경제활성화를 위해 외자유치는 필수적이다.
이들 외자를 국가경제에 이익이 되는 쪽으로 이끄는 일은 당국의 몫이 아닐까.
인천=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