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에서 비행기를 타고 남쪽으로 30분 거리인 항구도시 닝보(寧波).공항에서 차를 타고 다시 동북방향으로 1시간쯤 가면 연신 흰연기를 뿜어대는 거대한 화학공장이 눈에 들어온다. 중국 최대의 ABS(열가소성 수지)생산기지 LG용싱공장이다. 공장은 4조3교대로 1년내 1백% 풀가동.그래도 넘치는 수요에는 턱없이 달린다. 4개의 자동포장 라인에서 쏟아내는 25 들이 포대 수만도 하루에 3만5천개다. 김한섭 LG용싱 법인장(부사장)은 "휴가는 꿈도 못꾸며 이번 추석명절에도 출근해야 할 것 같다"며 말했다. 그는 "중국의 경제성장속도가 워낙 빨라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제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소재인 ABS 수요 역시 매년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중국사업에서 재미를 보자 LG화학은 중국에 '제2의 LG화학'을 짓고 있다. 선봉에는 ABS가 자리잡았다. 지난 98년 연산 6만t 규모로 출발한 LG용싱공장은 두 차례 증설해 연산 30만t의 중국 최대 ABS생산업체로 우뚝 일어섰다. 가동 첫해부터 줄곧 흑자를 내고 있으며,올해의 경우 이달 말이면 경상이익 목표 2천3백만달러를 초과달성할 예정이다. 현재 중국시장 점유율은 1위.하지만 목표는 세계 1위다. 이를 위해 오는 2008년말까지 LG용싱과 화난 광둥지역에 20만t씩을 신·증설,연산 70만t 규모로 키울 작정이다. 이렇게 되면 2008년을 전후해 중국 내 ABS 생산규모가 국내 여수공장보다 더 커지게 된다. 내년부터는 신흥성장국가인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이른바 '브릭스'(BRICs) 시장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중국진출 10년째를 맞는 톈진소재 PVC공장(LG다구)도 ABS와 더불어 LG화학의 중국사업을 이끌고 있는 쌍두마차다. 현재 연산 34만t에 중국시장 점유율은 7%로 1위.오는 2008년말까지 LG다구에 PVC 21만t을 늘려 연산55만t으로 확대하고,푸저우에도 45만t규모의 공장을 건설하는 등 중국현지에서만 총 1백만t을 생산,생산 1위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나상진 LG다구 법인장(상무)은 "LG화학의 PVC생산은 중국업체의 카바이트 공법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전력수요와 유해물질의 배출이 적은 에틸렌 공법이어서 기술적으로 우수하다"며 "요즘에는 중국이 환경문제를 중시하고 있어 에틸렌 공법의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이 이처럼 중국사업에 '올인'하는 이유는 블랙홀처럼 빨아당기는 중국의 폭발적 수요와 함께 중국 내 공장의 경쟁력 때문이다. LG화학의 중국공장에는 노조가 없다. 이들의 임금은 대졸초봉이 월 2천5백위안(약 37만5천원) 정도.한국의 5분의 1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때문에 1인당 생산성에선 한국공장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 LG측 설명이다. 중국사업 확대에 따른 리스크와 관련,LG화학측은 한마디로 일축했다. 손부근 상하이 무역법인장(상무)은 "중국은 경기과열에 대비해 이미 작년 4월부터 사실상의 긴축에 들어갔다"며 "중국의 1개은행 행원숫자가 50만∼70만명에 달하지만 매년 10%씩 감축하는 등 구조조정에도 과감하다"고 강조했다. 나상진 법인장은 "중국의 잠재성장률은 12%인데 과열을 막기 위해 8%로 억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닝보=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