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0:31
수정2006.04.02 10:34
1차대전 중이던 1915년 4월 벨기에의 이플 전선.독일군이 퍼뜨린 염소가스(이페릿)에 질식돼 프랑스와 캐나다 연합군 5천명이 사망하고 6천명이 포로로 잡혔다.
이날 사용된 독가스 제조에 암모니아합성법 개발로 1918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프리츠 하버가 관여했다는 사실은 오래도록 논란거리로 남았다.
2차 대전 중 독가스를 개발하고 사용하는데 앞장선 것은 일본.중일전쟁과 2차 대전에 '아카'라는 구토성 물질을 쓰고 종전 직후 중국 동북부에 대량의 독가스탄을 유기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핵무기에 버금가는 위력과 결과의 끔찍함에도 불구하고 냉전시대 당시 미국과 소련은 사린과 소만같은 화학무기를 경쟁적으로 개발했다.
독가스의 무서움이 일반에 알려진 것은 95년 3월20일.사이비종교단체인 옴 진리교 신자들이 일본 도쿄 지하철역에 사린 가스를 살포,12명이 사망하고 5천여명이 부상한 사건이 계기였다.
사린은 냄새도 색깔도 없이 순식간에 중추신경을 마비시켜 죽음에 이르게 하는 독가스.러시아에서 개발한 소만과 함께 대표적인 신경가스로 꼽힌다.
북한이 사린가스의 원료가 될 수 있는 '시안화나트륨'(NaCN)을 태국에서 수입하려다 우리 정부에 의해 제지됐다는 소식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태국으로 수출된 시안화나트륨이 북한으로 재수출되기 직전 미국이 주도하는 PSI(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 조치)에 적발돼 우리 정부에서 회수조치했다는 것이다.
시안화나트륨은 청산나트륨 혹은 청산소다로 불리는 무색결정이다. 제련과 도금 농약 제조에 쓰이지만 청산가리(시안화칼륨)보다 독성이 강하고 사린가스 재료로 쓰일 수 있는 만큼 국제적인 '다자 수출통제 체제'의 적용을 받는다.
독가스는 엄청난 파괴력에도 불구하고 어디서나 쉽게 만들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11개국이 지난해 5월31일 '대량파괴무기의 확산에 대해 국제적인 대응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는 부시의 제안에 따라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선박과 비행기에 대한 검문 검색과 항구 및 공항시설 사용금지 원칙에 동의하는 PSI를 발효시킨 것도 그 때문이다.
핵보다 무섭다는 독가스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책은 과연 어느 정도인가.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