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1. 대학생 이모씨(22.여)는 지난 20일 오후 가을옷을 구입하기 위해 서울 금천구 가산동을 찾았다. 김씨가 향한 곳은 디지털산업2단지에 있는 "금천 패선타운".공단에 입주한 의류업체들이 개설한 대형 의류할인매장이 18개나 있는 곳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질 좋은 "메이커"제품을 50~60%가량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김씨는 주말이면 이곳을 찾는다. #장면2. 디지털산업2단지에 입주해있는 광고·기획사에 다니는 직장인 김모씨(28·여).작년 말 강남에서 이곳으로 회사가 옮겨온 뒤 식사할 곳이 마땅치 않아 늘 도시락을 싸와 사무실에서 먹는다. 출·퇴근길 늘상 막히는 도로도 김씨는 불만이다. 주변에 아파트형 공장이 들어서면서 차량은 늘어나는데 도로는 여전히 왕복 2차선이라 차를 가져올 수 없기 때문이다. 1970·80년대 우리나라 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디지털산업단지(옛 구로공단) 내 2단지.과거 굴뚝형 공장지대에서 의류 할인매장과 첨단 IT업종이 입주한 아파트형 공장지대로 탈바꿈하고 있는 2단지를 국가공단에서 해제하는 문제를 놓고 최근 금천구와 공단 관리 주체인 산업단지관리공단(이하 산단공)간에 공방이 치열하다. 금천구는 산업2단지가 국가공단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며 '국가공단 해제'를 요구하고 있는 데 반해 산단공은 해제할 경우 서울 제조업 기반이 무너진다며 반대하고 있다. ◆금천구 "공단 기능 상실했다"=금천구는 2단지가 국가공단에서 해제될 경우 공단 기능은 유지하면서 업무 지원시설 등을 확충하고 '패션타운' 등 특화된 산업 중심으로 개발하겠다는 입장을 연구보고서를 통해 공론화하고 있다. 한인수 금천구청장은 "지가가 저렴하고 하수도 처리시설 및 도로 등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야 산업단지로서 제기능을 한다"면서 "현재 2단지 일대는 지가가 큰 폭으로 상승해 국가공단으로서의 기능이 쇠퇴하는 반면 상업시설인 의류매장이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산단공 "첨단 산업단지로 변신 중"=이에 대해 산단공과 산업자원부는 "디지털산업단지는 수도 서울의 유일한 국가공단이기 때문에 공단에서 해제할 경우 서울의 제조업 기반이 무너진다"며 '해제는 불가능 하다'는 입장이다. 2단지의 경우 섬유·봉제,인쇄 등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정보통신(IT) 및 지식산업,첨단제조업 등으로 산업구조가 급속하게 전환(첨단화율 80%)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진기우 산단공 서울사무소 지사장은 "2단지에 자리잡은 불법 의류매장은 현재 18개사에 불과하며 나머지 3백23개사는 첨단 산업체"라며 "또 현재 건설 중인 아파트형 공장들이 준공되는 2005년 말께는 9백90개 업체가 추가 입주할 예정이기 때문에 산업단지로서의 역할과 중요성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입주업체들 반응=의류업체들을 비롯한 2단지 입주업체들 상당수는 금천구가 주장하는 '국가공단 해제'까지는 아니지만 현 산업단지 운영이 불합리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업체들은 산업단지 입주기준을 정한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산집법)'이 업체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집법은 국가공단 입주 기준을 '생산·제조시설을 갖춘 기업'으로 한정하고,의류업체의 경우 공장 면적의 20% 이하 한도에서 할인매장을 만들되 자사제품만 판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혜정·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