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개·폐 문제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북한을 반국가 단체로 규정한 '정부 참칭(멋대로 정부를 자처한다는 뜻)조항' 삭제와 명칭 변경도 가능하다는 뜻을 시사한데 대해 열린우리당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혀,협상 가능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야 내부에서조차 국보법 폐지 이후 입법 방향과 개정 폭 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어 단기간 내에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새 국면 맞나=박근혜 대표는 20일 "국가체제 수호나 안보에 대한 어떤 불안도 없다는 전제 하에서 남북교류협력 등에 따라 정부 참칭 문제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게 아니냐"며 "여당과 얼마든지 논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명칭변경 문제에 대해서도 박 대표는 "내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법 명칭만 바꾼다면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대체입법'쪽에 의지가 실리는 발언이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내에선 "박 대표가 시대의 흐름을 올바로 읽었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큰 틀에서 우리의 입장과 별 다를 게 없다"며 여야간 대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보수·온건성향 의원들이 주축인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안개모)'도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여야 내부 논란=국보법에 대해 여야가 한발짝씩 접근하는 모양새를 취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의견차가 크다. 여당은 폐지 후 대폭 보완 쪽(형법 보완)에 무게가 실린 반면 한나라당은 골간은 유지하되 시대에 맞지 않은 조항을 고치자는 데 중론이 형성돼 있다. 더군다나 여당 내에선 형법보완론과 보완(대체)입법론 간의 견해차가 크고,한나라당 내에서도 박 대표가 삭제 의사를 밝힌 정부 참칭 등 일부 쟁점 조항을 놓고 의견이 맞서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오는 23일 의원총회를 거쳐 형법 보완,보완 입법 등 두가지 중 하나를 택할 예정이다. 그러나 형법 보완 주장에 대해 '안개모'를 중심으로 사실상의 개정 수준에서 보완입법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만만찮아 당론 결정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국보법 명칭 변경 등에 대해 개혁성향의 의원들은 적극 지지하고 나섰으나 보수성향의 의원들은 완강한 반대입장을 나타내 향후 당내 논의과정에서의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홍영식·박해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