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시대 '뉴 차이나'] 성장위주 → 균형발전, 人治 → 法治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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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막을 내린 중국공산당 16기4중전회의는 역사적 의미를 담은 하나의 중요한 '문건'을 채택했다.
'당(공산당)의 집정능력건설 강화 결정(加强黨的執政能力建設的決定)'이 그것이다.
黨·政·軍을 장악한 후진타오주석의 향후 공산당 운영방향을 담은 일종의 국정 청사진이다.
이 '결정'의 핵심은 '공산당의 국정운영(執政)방식을 현대화,글로벌화에 맞춰 새롭게 개편한다'는 것이다.
개혁개방 과정에서 표출된 여러 사회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당 혁신 방향의 큰 그림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후진타오 시대를 맞아 중국 공산당이 국제조류에 부응하는 현대화된 정당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선언적 의미다.
'결정'은 개혁개방 과정에서 나타난 일부 교조주의로 현대 국제정세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성했다.
이 같은 점을 극복하기 위해 '결정'에 등장한 용어가 바로 '사회주의민주(社會主義民主)'다.
당의 일방적인 지시와 명령하달이 아닌 민주적인 법제와 규범을 통해 국가를 이끌겠다는 얘기다.
'결정'은 국가지도자 1명의 교체에 따라 국가 정책이 바뀌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제는 국가운영과 정책이 법과 제도에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바로 현대화에 부응하는 당의 모습이라고 밝히고 있다.
정치적인 수사와 군중동원으로 일을 처리하려는 기존 방식으로부터의 전환인 셈이다.
이는 개인의 카리스마에 따라 국가를 이끌었던 과거 공산당 지도체제의 변화를 의미하고 있다.
"공산당의 국정운영 능력은 법을 준수하고,불법적 요소를 찾아내 뿌리뽑는 데 있다"는 후진타오 주석의 발언이 이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후진타오가 추진하려는 경제 측면에서의 공산당 국정운영 방향은 '과학집정(科學執政)'이라는 단어로 나타난다.
'결정'은 지금의 중국 경제상황을 '가시밭길과 함정으로 가득하다'고 보고 있다.
개혁개방의 결실로 주민들의 생활수준은 크게 증가하고 있으나 빈부격차,부정부패,개인의 권익침해 등이 산재한다는 현실인식이다.
또 세계적인 경기급변,원자재 파동,인재쟁탈전 등의 여러 경제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시각으로 현재의 경제발전을 봐야 한다는 게 후진타오 주석의 시각이다.
성장일변도 정책에서 나타난 여러 경제 사회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균형된 발전,소외된 군중의 이익을 방어할 수 있는 거시경제 정책 수립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이를 반영,이번 결정은 '공산당이 개혁개방에 대한 확고한 이념을 바탕으로 거시경제 조절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성장위주의 경제정책이 균형과 조화를 강조하는 정책으로 변화될 것임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중국공산당 국가운영의 큰 틀을 보여준 이번 '결정'에 따라 중국공산당이 앞으로 어떤 구체적인 조치를 내놓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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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정 문건' 이란... ]
중국의 최고 권력은 공산당에 있으며,이 공산당은 1백98명의 중앙위원들이 이끈다.
이들 1백98명과 후보위원들이 매년 모여 '당의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는 자리가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다.
이번에는 중앙위원 1백94명과 후보위원 1백52명이 참가했다.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는 폐막때마다 새로운 '결정'을 발표한다.
당의 행동방침 같은 것이다.
이번에는 '공산당의 집정능력건설 강화 결정'을 내놨다.
이번 결정은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당(黨)정(政)군(軍)을 처음으로 완전히 장악한 상태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공산당은 내년 가을 16기 5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릴 때까지 이 결정문에 따라 정치 경제 사회 변화를 위한 구체적인 지도방안를 마련한다.
이 문건은 아직 전문이 발표되지 않았으나 통상 한자 수 1만자 이상,10개 장(章) 이상의 방대한 분량인 것이 보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