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분식회계] LG와 빅딜서 '고지선점용' 분식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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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반도체가 '반도체 빅딜' 논의가 한창 진행중이던 지난 99년 2조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사실이 적발됨으로써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특히 증권 전문가들은 하이닉스의 분식이 빅딜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저질러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어 빅딜 과정에서의 문제점이 불거지고 있다.
하이닉스는 22일 증권선물위원회 의결 및 검찰의 조사 결과에 따라 줄소송에 직면할 수도 있는 처지에 내몰렸다.
이와는 별도로 수년간 진행된 하이닉스의 분식이 그간 묻혀져 온 것에 대해 담당 회계법인인 삼일,실사를 맡았던 아서 D 리틀,금융감독원 등도 크고 작은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도 있다.
◆하이닉스 분식 어떻게 이뤄졌나
금융감독원은 하이닉스의 회계기준 위반이 전형적인 분식회계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99년 이전부터 회계상 비용을 건설 중인 자산으로 대체했다.
또 감가상각비나 자산감액 손실 등을 줄이고,판매관리비 등을 다음 회계연도로 넘기는(차기 이월) 방식으로 장부를 조작했다.
이를 통해 비용과 손실은 줄이고,이익과 자산은 부풀렸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 같은 분식이 지난 99년 2조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후에는 분식을 바로잡는 회계처리를 해 분식 규모가 줄어들었다고 덧붙였다.
◆왜 분식 저질렀나
증권사의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하이닉스(당시 현대전자)가 분식을 시작한 지난 96년께는 단지 수익을 늘리기 위한 것이 목적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94년 말부터 반도체 경기가 꺾이고 수익성이 악화되며 반도체 과잉 투자론이 불거지자 장부를 꾸몄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분식이 본격화한 97∼99년에는 현대전자가 LG반도체와 M&A(인수·합병) 논의를 벌일 때여서 합병의 주체가 되기 위해 분식을 진행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빅딜 논의가 시작된 98년 당시 LG반도체와 현대전자는 시장점유율이나 자산,수익가치 등이 엇비슷해 누가 인수하느냐는 것이 큰 쟁점이었다.
현대전자는 장부를 부풀림으로써 자산과 수익가치를 키우고 이를 통해 LG반도체를 합병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금감원 관계자도 "분식 규모는 97년 이후 집중적으로 커졌다"고 지적했다.
◆줄소송 벌어질 수도
99년 10월 현대전자가 LG반도체를 합병할 때 LG반도체 1주는 현대전자 0.7주로 교환됐다.
교환비율은 주가로 결정됐다.
하지만 주가가 기업의 수익성과 자산가치 등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전자의 주가는 분식에 힘입어 부풀려졌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현대전자 회계장부가 제대로 작성되지 않아 주가와 합병비율 등이 실제보다 왜곡됐을 가능성이 크며 이로 인해 LG반도체 주주들이 상당한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LG반도체의 주요 주주였던 LG 계열사들은 일단 문제삼지 않겠다는 반응이지만 국내외 기관투자가,소액주주 등이 가만히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와 함께 98년 당시 현대전자 증자가액,2003년 하이닉스 채권단의 출자전환 때 전환가액 등도 문제 소지가 크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왜 늦게 적발됐나
하이닉스의 분식회계는 예금보험공사가 올 초 공적자금 사용 실태를 조사하면서 포착됐다.
그 전까지 담당 회계법인인 삼일은 감사과정에서 분식회계를 전혀 알지 못했다.
그 동안의 감사의견도 '적정'이었다.
빅딜 실사 업체였던 아서 D 리틀도 분식을 알아내지 못했다.
금감원은 95년 한 차례 현대전자에 대한 감리를 실시했을 뿐 이후 감리를 하지 않았다.
특히 빅딜 과정에서 특별감리를 하지 않았던 것은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박준동·주용석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