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미지를 높이고 자금을 쉽게 조달하기 위해 미국 증시에 상장한 외국 기업들이 강화된 회계 기준에 부담을 느껴 자진 폐지하는 경우가 늘고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0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올해 나스닥에선 10개 외국기업이,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선 2개 외국기업이 상장을 자진 철회했다고 전했다. NYSE에 상장된 외국 기업이 스스로 떠난 경우는 2000년 이전까지만 해도 거의 없었다. 그 후 한 해 한 개 기업씩 철회를 시작하더니 2003년과 올해 자진 철회 기업이 2개씩으로 늘었다. 올해 NYSE에 새로 상장한 외국 기업이 고작해야 8개였던 것에 비춰보면 자진 철회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 지난 5월 뉴욕은행 등이 설문조사한 결과 강화된 회계 기준이 너무 큰 부담을 주기 때문에 자진 폐지를 강구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10여개에 달했다. 나스닥의 경우 올해 13개 외국기업이 상장한 반면 10개 외국 기업이 자진 철회했다. 상장을 취소하는 기업은 주로 유럽 회사들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내년부터 뉴욕 증시에 상장된 외국 기업 1천3백개에도 회계기준을 강화한 사베인스 옥슬리 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상장을 철회하는 기업이 늘어나고,새로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은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법에 따라 최고경영자(CEO)와 감사 등이 내부통제시스템의 효율성 등에 서명해야 하며 그로 인해 추가되는 회계 수요 및 변호사 비용 등이 기업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독일의 소프트웨어회사인 인터숍 커뮤니케이션스는 2000년 9월 나스닥에 상장한 후 기업 실적 악화로 투자자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은 데다 사베인스 옥슬리법을 지키기 위한 회계비용 및 변호사 비용 60만달러를 감당하기 어려워 상장 포기를 결정했다. 하지만 상장 철회 절차도 성가신 일이다. 미국 주주가 3백명 이하로 줄었다는 점을 증명하는 일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러나 아시아,이스라엘,남미 기업들엔 뉴욕 증시가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